4집 '마이 네임'으로 돌아온 Bo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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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티를 벗고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는 보아.

보아(BoA)가 4집 앨범 '마이 네임(My Name)' 을 신호탄으로 국내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 2월 열린 'MTV 아시아 어워즈'에서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수상 등을 받은 그녀는 이제 그냥 열여덟살 소녀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 코드가 됐다. 지난 14일 음악 전문 케이블 MTV '라이브 와우'녹화가 진행된 남대문 메사 팝콘홀에서 훌쩍 커버린 보아를 만났다.

보아는 "4집에서는 여러 장르를 섞어 새로운 음악을 시도했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세련된 도시풍 댄스 음악인 '어반 댄스(Urban dance)', 중간 정도 빠르기의 리듬 앤드 블루스인 '미디움 R&B', 록 발라드가 포함되는 등 이전보다 장르가 다채로워졌다. 국내외의 수준급 작곡가들이 참여해 제각각 색깔을 내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간혹 힘겹게 들리긴 하지만 진성과 가성의 중간쯤에 있는 소리를 내는 등 발성법도 달라졌다.

"귀엽고 깜찍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건 저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가 생각하고 있었어요. 4집이니까요."

그녀에게 "준비된 모범 답안을 풀어내는 것 같다"고 말하자 약간 발끈한다.

"사실 3집까지는 제작에 그다지 참여하지 못했어요. 주는 대로 노래하고, 시키는 대로 춤췄죠. 하지만 이번에는 하고 싶은 음악, 추고 싶은 춤, 제가 생각하는 무대를 만들었어요. 제 의견이 많이 반영됐죠."

뮤직 비디오 감독, 안무가, 재킷 사진작가도 보아가 원한 사람들로 선정됐다. 타이틀곡도 보아가 가장 마음에 들어한 '마이 네임'으로 정했다.

"곡을 들으면서 머릿속에 퍼포먼스와 무대의 모습이 그려졌거든요. 스태프들은 제가 구상한 것 보다 더 멋진 무대를 만들어줬고요."

보아는 인터뷰 내내 습관처럼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뿐인데 사랑까지 받게 되니 너무 감사해요. 인생을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나이인데 저는 이미 직업을 결정했으니 고맙고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아직은 하고 싶은 일이 많을 어린 나이가 아닌가.

"앞으로도 계속 노래하고 춤을 춰야 하잖아요. 직접 음악도 만들고 싶거든요.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다른 걸 할 겨를이 없어요."

"막상 작곡을 배우고 있지만 너무 어렵다. 작곡가를 존경한다"며 엄살을 피웠지만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이야기로 들렸다.

인터뷰가 끝난 뒤 무대에 선 보아의 모습은 태풍 같았다. 보아의 사진이 인쇄된 대형 현수막이 무대 전면을 가리더니 부분 조명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음악이 시작되는 박자에 맞춰 현수막이 한번에 떨어져내리고 보아는 무대를 휩쓸며 춤춘다. '로 라이즈 팬츠(골반뼈가 드러날 정도로 밑위 부분이 짧은 바지)'를 입고 격렬하게 골반을 흔들어대는 춤은 섹시하면서도 힘이 넘친다. 작은 무대였지만 '보아는 역시 다르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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