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일본 가나자와市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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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일본 중부지역 동해쪽에 자리잡은 이시카와 (石川) 현 가나자와 (金澤) 시. 17세기부터 지금까지 일본의 4백년 다큐멘터리를 눈뿐 아니라 손과 입등 온몸으로 체험할수 있는 곳이다.

에도시대의 건축물과 아름다운 정원을 보는 것외에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보는 공예품과 입으로 즐기는 음식, 전신의 피로를 푸는 온천이 널려 있는 전신체험의 장소다.

일본문화의 정수가 몰려 있는 교토 (京都) 와는 또 다른 고도다.

교토의 모자람을 채워주는 곳이기도 하다.

가나자와시에 있는 묘류지 (妙立寺) . '소림사' 쯤에 해당하는 '닌자데라 (忍者寺)' 란 별칭이 따라다니는 이 사원은 밖에서 보면 2층, 건물안에서 층수를 헤아려보면 4층이다.

일본인들의 성격을 반영한 것일까. '혼네 (本音)' 와 '다테마에 (建前)' , 즉 겉과 속이 다르다.

벽인줄 알고 지나치지만 숨겨진 통로가 있고 계단속에서 언제 칼이 번득일지 모른다.

밀실이 23곳, 비밀통로는 29곳. 묘류지는 가가 (加賀) 영주의 신변경호를 위해 당시의 기관토목술이 총집결한 별궁이었다.

일본의 3대정원 겐로쿠엔 (兼六園) .3만3천평의 대지에 나무가 인공 연못과 어울려 일본식 정원의 진수를 보여준다.

전통공예촌의 맛은 겐로쿠엔과 또 다르다.

전통공예촌 '유노쿠니노 모리' 를 찾은 김정화씨 (29) .그녀는 자신이 직접 만든 일본전통 화지 (和紙) 를 자랑스럽게 핸드백에 챙겨넣는다.

금박.구타니야키 (九谷燒.도자기의 일종).가가유젠 (加賀友禪.염색물).와지마 (輪島) 칠기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가나자와 관광에서 가가요리도 빼놓을수 없는 명품. 동해를 향해 손잡이처럼 튀어나온 노토 (能登) 반도의 풍부한 해산물이 주종으로 17세기 에도시대의 맛을 재현, 전통일본요리의 참맛을 즐길수 있다.

인근의 하쿠산 (白山.2천7백2m) 은 산사나이를 유혹한다.

가나자와 (金澤) 라는 이름은 농부가 감자에 묻은 금부스러기를 연못에서 씻어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1백만석 가가평야의 풍요함이 가나자와의 풍부한 문화재를 만들어냈다.

가가영주는 이같은 막강한 경제력을 불안해 하는 막부 (幕府) 의 집권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사원과 정원을 만들고 공예발달에 힘썼다고 한다.

그 결과 가나자와는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라 할 정도의 아름다운 고도가 됐다.

형태상 한반도가 50분의 1크기로 축소된 느낌을 주는 이시카와현. 가나자와가 축적된 문화유산으로 관광객을 유혹한다면 노토반도일주는 빼어난 풍광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끈다.

일본 전통문화의 깊은 맛과 수려한 경치를 함께 즐기면서 푸근하게 여독을 풀수 있는 곳이다.

가나자와 = 송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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