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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법정 선 JP "여생 얼마 안남았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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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민련 김종필 전총재가 16일 6.13 지방선거에서 삼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서울지법에서 재판을 받은 뒤 차를 타고 법원을 떠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앞으로 여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심통(心痛)을 계속 가슴에 안고 가지 않도록 관대한 조치를 취해주시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자민련 김종필(78) 전 총재가 16일 정치 인생 43년만에 처음으로 피고인석에 섰다. 그는 1961년 5.16 쿠데타로 정치에 입문했다가 지난 4월 17대 총선 이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김 전 총재는 2002년 6.13 지방 선거를 앞두고 삼성그룹에서 15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처음이자 마지막인 재판에서 김 전 총재는 4~5명의 수행원들과 함께 검은 양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피고인석으로 나와 앉은 그는 "일어서야 한다"는 변호인의 지적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어 주민등록번호.주소.본적을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미리 준비해 온 메모지를 보며 대답했다.

김 전 총재는 삼성 측에서 15억4000만원어치 국민주택채권을 받았다는 공소 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다만 변호인 반대 신문을 통해 "20년 만기 채권이라 실제 현금화했을 때는 10억원이 조금 넘었으며, 돈은 모두 당 운영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대검 중수부는 "깨끗한 정치풍토 조성은 국민의 염원이므로 과거 관행을 뿌리뽑는 차원에서도 피고인을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징역 1년6월에 추징금 15억4000만원을 구형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제게 무슨 말이 남아있겠습니까. 제게 부과된 책임을 수행하다보니 이런 자리에 서게되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재는 30분 만에 재판이 끝나자 취재진을 피해 변호사 통로와 지하 주차장을 통해 법원 밖으로 빠져나갔다.선고 공판은 오는 25일 오전 10시다.

김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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