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공엄마들 바쁘다 바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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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맹모들은 ‘열공’ 중이다. 아이들만 공부하는 게 아니다. 자녀의 공부를 돕기 위해 엄마들도 공부한다. 다양한 강좌를 찾아 듣는 것은 물론, 엄마들끼리 공부 모임을 결성하고 전문가 수준의 교육 강좌를 수강하기도 한다. 오늘도 동분서주하는 엄마들의 각양각색 이야기.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 최명헌 기자

1. 자녀를 위한'제목만 붙으면 인기 
 경기도 용인시의 한 대형마트 문화센터 교실. 쓱싹쓱싹 뚝딱뚝딱… 열명 남짓한 엄마들이 무언가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자녀를 위한 교육 북아트’ 수업 시간이다. 아이들과 함께 공부한 내용을 나만의 책으로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 수강생들은 대부분 30대 주부. 이현(41·용인시 수지구)씨는 “최근 시립도서관에서 들었던 NIE(신문활용교육) 강좌에 북아트를 접목하면 좋을 것 같아 수강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녀들과 책이나 신문을 읽은 후 함께 책 만들기 활동을 해볼 생각이다. 이 수업을 듣고 있는 원미숙(34·용인시 수지구)씨는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자연사박물관으로 체험학습을 다녀온 뒤 아이들과 함께 북아트로 책을 만들어 학습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자랑했다. 원씨는 이미 아주대평생교육원에서 어린이영어지도사 과정도 수강했단다.

 롯데마트 수지점 문화센터 고정희 매니저는 “다양한 개설 강좌 중에서도 ‘자녀교육을 위한’ 이라는 제목이 붙은 강좌는 대부분 조기 마감될 정도로 인기”라고 전했다.
 

2. 주부들 영어 공부 모임 활발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청담 잉글리시 카페’는 주부들의 영어 공부를 위한 공간이다. 북 리딩, 매거진 리딩, 리스닝, 회화 등 다양한 학습 모임들이 이뤄지고 있다. 주부이면서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정일화씨는 “30~50대 여성이 주 회원이고, 그 중 30대는 주로 자녀 교육에 보탬이 되고자 영어를 공부한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회원 중에는 자녀들이 원어민 수업을 듣게 되면서 강사와 교육 상담을 하거나 성적표에 엄마 의견을 적어 보내기 위해 영어 공부가 필요해진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곳에서 영어 스터디 모임을 갖는 김혜경(36·성동구 응봉동)씨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시간 여유도 생기고, 영어 사교육에 대한 걱정도 들어 공부를 시작했다”며 “영어 학원·유치원에 보내더라도 집에서 엄마가 한 마디라도 거들어주면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미라(42·관악구 봉천동)씨는 딸 아이와 함께 호주에서 1년간 머물 계획이다. 김씨는 “유학을 대비해 가정 방문 원어민 회화 수업을 딸과 나란히 듣기도 했다”며 “딸과 수준차가 생기고 서로 신경이 쓰여 스터디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3. 독서 지도사 양성… 취업도 고려
정혜수(31·일산동구 마두동)씨는 딸 김회림(4)양의 영어 교육을 위해 바쁘다. 일주일에 한 번은 관심이 비슷한 엄마들 4명과 영어 회화 스터디 모임을 갖는다. 예전 영어 동화 구연 수업에서 만난 이들은 각종 영어 교육 업체에서 여는 강좌·세미나에도 함께 참석한다.최근에는 영국식 유아 영어교육 전문가 과정도 이수했다. 정씨는 “교육 방법에 대한 전문적인 강의를 들으니 아이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져 내 태도도 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발달 단계에 따라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됐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도 잘 알게 됐다는 것. “아이를 직접 가르치고 지도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길어지고 커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 좋아요. 아무래도 학원 선생님 보다야 낫지 않겠어요?”

  강숙(39·강남구 논현동)씨는 현재 초등 3학년 5명, 6학년 6명 아이들의 독서논술을 지도하고 있다. 강씨의 두 딸을 포함해서다. 5년 전 그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마땅히 시킬 만한 토론수업이 없어 직접 독서지도사 양성과정을 이수했다.

 이후 내친김에 아이의 친구들을 모아 수업을 지도했다. “아이와 대화가 늘고 소통이 더 잘되는 느낌이에요. 아이도 엄마가 가르치는 걸 자랑스러워하고요. 저 스스로도 발전하는 계기가 됐고, 가계에 작으나마 보탬도 되니 만족스러워요.”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교육팀 이재필 팀장은 “국내에 독서지도사 관련 과정을 개설한 기관이 400~500여 곳에 이른다”며 “최근에는 경기 침체에 따라 자녀교육과 함께 부업을 고려해 수강하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평생교육진흥원 정책기획팀 이경아 팀장은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 여성인력 개발센터, 백화점·마트 문화센터, 도서관 등 다양한 곳에서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되는 강좌를 열고있다”고 설명했다.

▶문의= 청담 잉글리시 카페 02-541-9581
평생교육진흥원 평생교육정보망 02-3780-9716, www.lll.or.kr (지역별 평생교육기관 검색 가능)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독서 아카데미 02-3153-2791, www.edu-kpec.or.kr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eh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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