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생활속 거품 빼지 않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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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한상의 (商議) 보고서에 나타난 우리 생활속의 거품은 언젠가는 우리 국민경제를 일시에 파탄으로 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렇게 흥청망청 소비하고, 낭비와 비능률로 점철된 경제구조는 조만간 타율적으로라도 구조조정을 강요당하게 돼 있는 것이 바로 경제원리이기 때문이다.

거품이란 한마디로 실상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허상.허구에 불과하며 그 거품이 꺼질 때의 환멸은 고통스럽다.

일본경제는 초 (超) 엔고와 거품이 빠지는 시기가 비슷하게 겹쳤는데 이를 전국민적인 노력과 정부의 솔선수범으로 슬기롭게 극복했다.

지상천국 같은 뉴질랜드조차 정부의 이상비대라는 거품을 빼기 위해 작은 정부로의 대규모 개혁을 단행했다.

심각한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아세안 여러 나라는 고도성장의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대기업들이 속속 쓰러지고 실업자가 크게 느는 우리의 상황도 밖에서 보면 거품이 꺼지는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것으로 비칠텐데도 의연하게 우리의 거품적 일상은 계속되고 있다.

전면적 파국에 이르기 전에 스스로 거품을 제거하는 노력을 벌여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편의위주의 이기적 생활자세가 초래하는 거품이나 공.사 (公私) 조직의 방만한 운영에서 오는 비능률, 그리고 제도적 후진성 때문에 생기는 낭비적 요소등은 전면적인 국정쇄신과 합리적인 생활자세가 확립되기 전에는 사라지지 않는다.

상의보고서에 지적되지 않은 거품은 또 얼마나 많은가.

과시적 소비와 뇌동 (雷同) 소비로 대표되는 과소비는 이미 위험수준에 와 있다.

예절의 나라에서 웬 지하경제는 그리 번성하며 근대화.세계화가 당면한 국가목표라면서 관혼상제 (冠婚喪祭) 는 왜 그리 번거로운가.

요지경 같은 공.사조직의 접대비 내역, 사교육비의 천문학적 규모화등도 건전한 경제발전과 합리적 생활자세의 정착을 막고 있다.

무한경제전쟁 시대에서 허상뿐인 거품경제로는 단단한 체질의 선진국경제를 당해 낼 수 없다.

거품을 빼지 못했을 때의 위험을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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