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빠진‘양심거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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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몰래 쓰레기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된 ‘양심거울’이 감시 카메라로 무장된다. 인천 동구는 3월 중 관내 11곳에 설치된 양심거울에 폐쇄회로TV(CCTV) 를 달기로 했다. 1대에 130만원인 이 카메라의 렌즈는 양심거울의 한가운데에 부착된다. 촬영 거리가 15m여서 불법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의 얼굴과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가는 모습까지 포착할 수 있다.

동구는 2년 전 인천에서는 처음으로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한 ‘양심거울’을 도입했다. 거울에 비치는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을 보면 양심에 가책을 느껴 나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시민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취약지역 11곳을 골라 골목길의 담이나 전봇대에 1개당 70만원을 들여 설치했다.

가로 80㎝·세로 60㎝ 크기의 이 볼록 거울은 처음에는 파수꾼 역할을 했다. 그러나 1년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비양심의 쓰레기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윤연의 동구 청소과장은 “거울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쓰레기 버린 사람을 찾기 어렵도록 단서를 남기지 않는 지능적인 투기 현상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구청은 예산을 들여 설치한 양심거울을 철거하는 대신 감시카메라 기능을 보태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12월 화수1동의 양심거울에 카메라를 시범 설치한 결과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7만5000명의 인천 동구에서는 한 달 평균 45t의 쓰레기가 불법으로 버려지고 있다. 이사철이나 김장철에는 쓰레기가 훨씬 늘어나고 요즘처럼 경기가 나쁠 때도 증가한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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