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우리은행 쇼크’… 원화가치 7거래일간 87원 하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코스피 지수 1100선, 원화가치 달러당 1500원 선이 위태위태하다. 18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4포인트(1.24%) 내린 1113.19로 사흘째 약세를 이어갔다. 원화가치는 7거래일간 87원 하락하면서 달러당 1468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5일 이후 최저치다. 그 배경엔 역시 해외 변수를 꼽을 수 있다.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곧바로 국내 주가와 원화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게 고정 패턴이 돼 버렸다. 그럴 때마다 국내 은행들의 외화 조달 여건은 더 빡빡해지곤 한다.

그런데 이번엔 국내에서 돌출 변수가 불거져 시장을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 바로 ‘우리은행 쇼크’다. 우리은행이 2004년 발행한 4억 달러 규모의 외화 후순위채를 국제 관례에 따라 중도 상환하지 않은 게 국제시장에 불안을 키웠고, 이것이 다시 국내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우리은행이 이번 결정을 한 것은 추가 금리 부담 때문이다. 만기 연장을 하면 리보(런던은행 간 금리)에 3.45%포인트만 더 주면 되지만, 새로 발행하려면 10%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내야 한다. 은행으로선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한 번 조달한 외화자금을 계속 쥐고 있을 수 있지만 한국 전체의 신인도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 국채에 부과되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전날보다 0.48%포인트 오른 4.12%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채권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 수치가 4%포인트를 넘은 것은 지난해 12월 9일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한국의 CDS 프리미엄의 상승 폭은 최근 국가 부도설이 나오는 동유럽 나라보다 높다. 17일 한국과 국가신용등급(무디스 기준 A2)이 같은 폴란드의 CDS 프리미엄은 전날보다 0.28%포인트 오른 4.08%포인트였다. 외국계 투자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은행이 4억 달러를 중도 상환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례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은행도 이를 의식해 현재 약정한 금리에다 추가 금리를 얹어주는 방안을 외국 투자자들과 협의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은행 관계자는 “한국의 CDS 프리미엄 상승 폭이 큰 것은 채권 물량이 동유럽 국가보다 많아 위험을 피하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며 “중도 상환을 예상하고 후순위채를 산 단기 투자자들이 주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빠진 시장 분위기 탓에 일부에서는 3월 위기설을 우려하기도 한다. 특히 3월 말 결산을 앞둔 일본 금융회사들의 자금 회수가 만만찮은 부담이다. 하지만 시중에 돈이 넉넉히 풀려 있는 데다, 2월의 국제수지도 괜찮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지난해 9~10월과 같은 위기 국면에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일본계 자금이 일부 나갈 수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3월 위기설에 무게를 둘 근거가 부족하다”며 “시장에 과도한 불안 심리가 퍼지지 않도록 정부가 믿음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알려왔습니다▒

JP모건체이스의 임지원 상무는 “최근 외환시장이 불안한 것이 우리은행이 외화 후순위채를 중도 상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를 놓고 국내 은행의 외화자금 사정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북한 미사일과 동유럽 금융위기 같은 악재들이 꼬리를 물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졌는데, 결과적으로 우리은행 문제가 최근의 원화 약세를 ‘촉발(트리거)’한 것처럼 돼버렸다”고 알려왔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