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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아르바이트 대학생 눈에 비친 구정 백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그동안 구청이란 곳은 저희들하곤 아무 상관도 없는 곳으로 생각하고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이번에 직접 와 보고 느낀 점이 많습니다."

8일 오전10시 강동구청 2층 회의실. 지난달 4일부터 한달동안 강동구청과 각 동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새내기 대학생 7명이 서로의 느낌과 체험담을 공유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대학생들 사이에선 구청 아르바이트가 '하는 일 없이 놀며 돈버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강동구청의 경우도 70명 모집에 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을 정도. 하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 는게 모든 참가자들의 공통인식이다.

가장 크게 놀란 점은 말단 공무원들이 너무 고생하고 있다는 점. 정영학 (20.경희대1년) 씨는 "9급 공무원 초봉이 30만원대라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고 말했다.

정씨가 한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48만원을 받은데 비해서도 턱없이 적다는 지적이다.

노희정 (21.여.한림대2년) 씨는 "비만 오면 동사무소 직원 1~2명은 퇴근을 못하고 철야대기하는 것을 보고 너무 안쓰러웠다" 며 대폭적인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일부 한가한 공무원은 할일이 없어 빈둥빈둥 의자만 돌리고 있는등 일의 배분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조희영 (22.여.단국대3년) 씨는 "여직원들의 업무량이 훨씬 많은데 대부분 잡일" 이라며 공무원 사회에서의 미묘한 남녀차별을 꼬집기도 했다.

민원인들이 공무원의 불친절을 조장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것도 새로운 발견중 하나. 변주연 (20.여.한성대1년) 씨는 "도장도 안가져오고 막무가내로 인감을 떼달라고 하다가 '공무원이면 다냐' 는 등 폭언을 서슴치 않는 경우를 종종 봤다" 며 민원인 스스로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모두 "사회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예상치 못했던 값진 경험을 했다" 며 "꼭 다시 해보고 싶다" 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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