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3배↑ 강남권 아파트 꿈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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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아파트 거래가 한 달 새 4배로 늘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51㎡형이 최고 3억원 가까이 오르는 등 재건축 물량을 중심으로 가격도 큰 폭으로 뛰었다.

17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1월 신고분 아파트 실거래가 현황에 따르면 강남 3구 아파트 거래는 1000건으로 지난해 12월(244건)보다 300% 넘게 증가했다. 이 같은 거래량은 2006년 12월 1642건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강남 3구에 대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 기대감이 퍼지고 그간 나왔던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거래량·가격이 함께 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신고분에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 사이에 계약된 물량이 포함돼 있다.

반면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1월 신고분은 1만8074건으로 지난해 12월(1만9542건)보다 더 줄었다. 이는 실거래가 신고제가 처음 실시된 2006년 1월(9467건)을 제외하면 역대 최저다.


수도권의 경우 3686건에서 4893건으로 33% 늘었지만 지방에서 3000건 가까이 줄어 전체 거래량을 낮췄다.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 다른 지역은 5대 신도시(분당·일산·산본·평촌·중동)의 경우 217건에서 615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지만, 서울 강북 14개 구는 338건이 거래돼 한 달 전보다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강남권 아파트값 오름세는 재건축이 주도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7㎡형은 지난해 12월 7억500만~8억1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 1월엔 7억5000만~8억8000만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12월 최저 6억1500만원에 팔린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51㎡형(4층)은 올 들어선 최고 9억원에 매매됐다. 송파구에선 잠실동 주공5단지 77㎡형이 지난해 12월 8억1500만~9억5000만원이었지만 1월 실거래가는 9억1000만~10억6900만원이었다. 반면 강북권은 가격 변화가 없거나 최저 가격이 되레 떨어진 곳도 있었다.

올 들어 강남 아파트 거래가 살아나고 가격도 오르면서 강남 3구에 대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규제를 풀면 집값이 더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투기지역을 풀더라도 투기가 되살아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가격 상승은 그간 워낙 많이 떨어진 것에 대한 반발 심리가 작용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투기지역 해제 역시 기대감이 이미 가격에 반영돼 추가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 침체로 향후 매수세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달 들어 강남권 부동산시장 상황은 대부분 조용한 가운데 잠실 일대만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잠실동 대성부동산 최원호 사장은 “제2롯데월드와 한강변 재건축 재료를 안고 있는 잠실주공 5단지는 매물이 없어 거래가 안 된다”고 전했다. 강남·서초구는 관망세가 두드러졌다. 개포 주공 단지 내 세진공인 이기자 사장은 “정부에서 쓸 수 있는 규제 완화 카드가 모두 나왔고 집값에도 이미 반영됐다고 보는 대기매수세가 늘고 있다”며 “지난달 일주일간 10건이 거래됐다면 이달에는 3건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김선하·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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