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의혹 이회창대표 傍系로 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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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 대표 두 아들의 병역문제로 시작된 '병역정국' 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불씨가 사그라들기는커녕 李대표 맏형 회정 (會正) 씨의 이중국적 시비에 이어 李대표 방계 가족의 병역기피 의혹까지 제기됨으로써 불길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번지고 있다.

"후보에 대한 당연한 검증" 이라고 주장하는 야권에 대해 여당은 "李대표를 흠집내기 위한 정치공세" 라고 맞받아치면서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김종필 (金鍾泌) 자민련 총재의 '군경력' 을 시비하고 있어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미 (昏迷)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국민회의는 5일 오전 간부간담회에서 "장남과 차남의 병적기록표가 다른 사람에 의해 작성됐을 텐데 정연 (正淵).수연 (秀淵) 씨가 각각 정윤 (正潤).수윤 (秀潤) 이란 이름으로 됐다가 고쳐진 것은 허위공문서 작성이자 사후 문서변조" 라며 해명을 촉구했다.

정동영 (鄭東泳) 국민회의 대변인은 "李대표의 형 회정씨가 수연 (秀淵) 씨의 병적기록표에 부 (父) 로 기입된 것은 체중미달로 병역을 회피하려 했거나 미국 시민권자의 아들로 위장함으로써 자동면제 받으려한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고 비난을 퍼부었다.

안택수 (安澤秀) 자민련 대변인은 "국민을 상대로 한 李대표의 위증.기만및 호도행위는 도저히 용납할수 없다" 며 으름장을 놓았다.

양당은 李대표 아들문제에 이어 사위.처남및 그 아들들도 병역기피 의혹이 있다는 제보에 따라 李대표 방계 일가 (一家)에 대한 병역 조사에 착수하는등 '옥죄기' 에 들어갔다.

국회에서의 국정조사및 청문회등 원내대책을 놓고 의견을 조율, 협공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강도는 다르지만 전면전을 불사한다는 점에선 다를 바 없다.

이에대해 신한국당측은 일단 공식대응을 자제했다.

李대표측은 "사위가 면제된 것은 콘택트렌즈에 안경을 덧써야할 정도의 약시 (弱視) 이기 때문이며 게다가 결혼전에 이뤄진 일" 이라고 비공식 해명했다.

또 한인옥 (韓仁玉) 여사의 동생인 대현 (大鉉) 씨의 장남 정수 (政洙) 씨의 면제 사유는 갑상선수술이며 차남 지수 (知洙) 씨는 고시준비중이라 연기상태라고만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 내부적으로는 대처방법을 놓고 강온론 (强穩論) 이 엇갈리고 있다.

황우려 (黃祐呂) 의원은 "도대체 국민을 군대 간 사람과 병역 면제자의 양편으로 나누자는 거냐" 며 "병역면제받은 사람들을 문제삼는다면 이 나라 병무행정제도를 완전히 뒤엎자는 것" 이라고 분개했다.

김대중.김종필 총재 관련 비리.문제점을 폭로, 맞불을 놓자는 의견도 거세다.

그러나 '네거티브 (부정적) 게임' 으로 치달을 경우 대선에서의 혼전양상을 우려, 이날은 일단 대응을 자제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화약고 (火藥庫)가 제거되지 않은 잠정적 휴전일뿐이어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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