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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협력업체 어음할인 기피로 자금난 심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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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5일 기아 본사에서 협력업체를 관리하는 업체관리부 직원들은 급히 각 협력업체 경리담당자들을 찾았다.

채권단이 추가 자금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협력업체들과 물품대금등의 어음결제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상당수 경리담당자들이 연락이 닿지않거나 호출해도 즉각 응답하는 예는 극히 적었다.

이들 협력업체 결제담당자들은 거래은행이나 사채업자등 자금줄을 찾아 분주히 움직이는 바람에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기아그룹과 기아 협력업체들은 강격식 (姜慶植)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이 5일 기아그룹 협력업체에 대한 별도의 자금지원을 않겠다는 뜻을 밝히자 자금사정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아그룹 관계자는 "이 발언의 파장으로 금융기관의 어음할인 기피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협력업체의 자금난이 악화될 것이 우려된다" 며 "협력업체가 무너지면 기아 역시 위태로워진다" 고 주장했다.

기아협력회사인 S사 林모사장은 "지금 안산일대 금융기관에서 어음할인은 전혀 안된다.

모기업인 기아는 2개월 부도유예해주면서 협력업체들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제일 어려운게 물품대금 결제다.

2차 협력업체들은 어음을 안받고 현금으로 전부 요구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속수무책" 이라고 말했다.

현재 협력업체들이 겪고 있는 고충은 크게 보아 세가지. 우선 금융기관에서 기아가 발행한 진성어음의 할인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미 금융기관에서 어음할인을 받았지만 결제일이 되면 모기업을 대신해 협력업체들에 결제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세번째는 어음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짐에 따라 2차 납품업체들은 1차 납품업체들에 현금결제를 바란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및 채권단의 어음할인 독려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들은 담보가 있는 소수의 업체들에만 어음할인을 해주는 실정이다.

따라서 협력업체들이 사채시장을 통해 고리 (高利) 로 어음을 할인하는 사례도 다반사다.

가장 어려운 곳이 연매출 2백억~3백억원 규모의 중소규모 1차 협력업체. 1차 협력업체 2백65개의 30%에 달하는 이들 업체는 업체당 평균 8억원 이상의 기아발행 어음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심한 자금상의 압박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기아그룹 업체관리부의 한 관계자는 "5일 하루에만 1백개 협력업체들의 어음결제가 돌아오며 이중 11개사가 대금결제에 곤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기아 협력업체의 문제가 국내 자동차산업 전체의 문제라는 점도 심각하다.

기아자동차 1차 협력업체 2백65개중 기아에만 납품하는 곳은 41개밖에 안된다.

나머지는 현대.대우.쌍용등 타 완성차 업체들에도 납품하는 복수거래 협력업체들. 지금까지 부도처리된 서울차체및 서울차량등은 대부분 화물차 부품을 납품하고 있지만 앞으로 승용차에 납품하는 협력업체가 잇따라 부도처리될 경우 각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라인 정상가동에 많은 애로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5일 현대.대우자동차가 기아 협력업체에 수백억원을 지원할 용의를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박영수.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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