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치인 '우리'라는 대명사 사용의도 제각각 … 최윤선 교수 분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한국 정치인들은 '우리' 라는 대명사를 어떤 의도에서 사용할까. 경남 양산시 영산국제산업대 최윤선 교수 (불어학)가 지난 6월 KBS에서 방영된 '대선주자 정치개혁 국민 대토론회' 에 나타난 '우리' 의 사용 양태를 흥미롭게 분석하고 나섰다.

이달 중순 발간될 계간지 '문학과 사회' (문학과지성사刊)가을호에 실린 논문에서 대선후보들의 언어전략을 해부한 것. 최교수는 '88년 프랑스 대선에서의 대통령 후보 TV 공식연설 분석' 으로 파리 제3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었다.

신한국당 이회창 (李會昌) 후보는 '우리' 를 모두 67번 사용했다.

그 가운데 '우리 국민' 과 '우리 나라' 를 각각 9, 12번 쓰는등 집합적 개념을 부각시켰다.

또한 많은 경우 연설이 '…해야 합니다' 로 끝나 유권자들의 공동책임을 강조했다.

국민의 입에 쓰든 달든 할 말은 꼭해야 한다는 것을 드러내며 그의 대쪽같은 강성 이미지와 잘 결합된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회의 김대중 (金大中) 후보는 82번 가운데 19번을 자신의 정당 앞에 사용했다.

후보 개인간의 인물대결 구도가 아닌, 여야 정권교체의 책임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명 (黨名) 의 지나친 사용으로 당파적 이미지가 부각될 위험이 있고, 국민 전체를 향한 집합적 동일성 확보에 다소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됐다.

총 70번 사용한 자민련 김종필 (金鍾泌) 후보는 언어상의 두드러진 특징이 없는 편. 다른 후보와 비슷하게 '우리 나라' 가 가장 많았고 (12번) , 국민.정당.정치인등에 두루 붙여 사용했다.

신한국당 경선에서 낙선한 이인제 (李仁濟) 경기지사는 '우리' 를 가장 애용한 경우. 모두 1백47번을 썼다.

국민.나라는 물론 지역.공무원.젊은이.경제.치안당국, 나아가 '우리 한총련' 이라고도 썼다.

국가.국민 같은 전체적 차원보다 다양한 집단들과 친화감을 형성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박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