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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분위기, 선비의 방처럼…

중앙일보

입력

전통공간이 주는 편안함

 최근 한옥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된 김영혜(39·여·강남구 삼성동)씨. 하지만 2000만~3000만원의 목돈을 들이자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생각 끝에 욕심은 나지만 전통적 분위기의 가구와 오브제를 몇 점 들여놓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한옥 인테리어 전문회사의 시공사례와 퓨전 레스토랑의 인테리어를 참고한 후 인사동으로 향했다.

 “가구숍에 갔는데 막막하더군요. 어떤 물건이 내 집에 어울릴지, 제대로 고르기나 하는 건지 감을 못잡겠더라고요. 점원의 조언으로 3단 사방탁자와 낮은 좌식 테이블을 구입했죠.”

 거실 소파와 티테이블을 들어내고 낮은 탁자와 방석을 놓았더니 인사동 찻집인 양 아늑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장식장이 차지했던 자리는 사방탁자로 채우고 자주 읽는 책 몇 권과 액자 하나를 올려 두었다. 너저분하게 걸려있던 벽 장식품은 모두 수납박스에 넣어 창고에 넣었다. 소파에서 뒹굴거리며 TV만 보던 거실이, 책을 보고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고즈넉한 거실 분위기 덕에 집을 찾는 손님들은 어김없이 김씨의 높은 안목을 칭찬한다.

 목수이자 가구 작가인 이정섭(38내촌 목공소 운영)씨는 한국적인 공간을 ‘선비의 방’이라고 정의한다. “적당한 넓이의 공간에 꼭 필요한 물품만 있는 거죠. 앉은뱅이 책상 하나로도 우리네 방은 충분히 채워지니까요.”

 선비의 방은 ‘소박함’이 핵심이라는이씨는 “너무 많은 것으로 공간을 채우려는 것이 문제”라며 “한국적인 공간이 주는 편안함은 ‘비움’으로부터 나온다”고 덧붙였다.

◀ 호두나무 스탠드와 참나무로 만든 데이 소파.

실용·장식 모두 만족하는 가구 선택

 아파트에 들여놓을 만한 전통 장식품이나 목가구론 어떤 것이 있을까.
 공예작가 홍현주(50·여)씨는 “하회탈이나 부채, 색동 문양 등 지나치게 전통적인 아이템은 모던한 공간과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며 “한국적인 모티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아이템은 피할 것”을 당부했다. 근사한 고가구보다는 손때 묻은 생활 골동품이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떡을 만들때 사용하던 ‘떡판’은 티 테이블로 그만이다. 나무 소재에 손때가 묻어나 자연스러운 빛깔을 내는‘목침’ 위에 장식품을 올려 놓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작품 같다. 넓은 나무 그릇인 ‘함지’는 쓰임새가 다양하다. 작은 연못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물을 담은 후 작은 향초를 넣어두면 아로마 효과와 함께 장식적인 역할도 톡톡히한다. 어머니가 쓰던 낡은 재봉틀과 의자는 훌륭한 콘솔 대용이다.

 크고 작은 옹기와 기왓장을 모아 미니 정원을 만들었다는 주부 이서영(41·송파구 문정동)씨는 “옹기와 기왓장을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쓰임새를 설명해주면 옛날 이야기를 듣듯 흥미로워한다. 집을 방문한 손님들이 가장 주목하는 공간 역시 베란다 정원이다. 전통적인 공간을 꾸미는 것은 생각 외로 쉽다”고 전했다.

 가구나 장식품을 구입할 때 인위적인 장식은 배제하는 것이 좋다. 군더더기 없이 소재감을 살려야 모던한 가구와도 잘 어우러진다. 홍 작가는 “아무런 장식 없이 오로지 희디흰 빛깔만 가진 백자는 보면 볼수록 깊이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두고두고 봐도 싫증 나지 않는 가구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초보자의 경우 소재감을 살린 심플한 가구와 오브제를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겉과속이 같은 목가구 고를 것

 목가구를 구입할 때 소재에 신경써야 한다. 화려하거나 기교를 부린 중국·일본의 앤티크에 비해 한국의 목가구는 단순한 듯 싫증이 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특히 습도변화가 심한 데다 아파트의 경우 실내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 목가구 관리에 종종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안과 바깥이 같은 소재여야 뒤틀림이 없다. 옻·들기름 등 식물성 오일로 표면을 처리해 나무의 본성을 그대로 살린 것을 고르도록 한다.

 한옥가구 작가로 이름난 이정섭씨의 작품 역시 나무의 물성만을 살릴 뿐 군더더기가 없다. 제 기능에만 충실함을 원칙으로 삼기 때문이다. 나무막대 3개를 조합한 것처럼 보이는 심플한 스탠드와 소파 겸용 침대인 데이베드는 실용적이면서도 장식효과가 빼어난 아이템이다.

◀ 미니멀한 디자인의 소파.


프리미엄 하현정 기자 happyha@joongang.co.kr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취재 협조= 내촌 목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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