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싱가포르 등과 FTA 맺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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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딸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참석자 초청 오찬장에서 ‘올해의 아시아 차세대 지도자’로 뽑힌 이지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공보관(左)이 아버지인 이헌재 경제부총리 의 통역을 맡고 있다. [임현동 기자]

세계경제포럼(WEF) 주최로 13~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략적 통찰을 위한 아시아 원탁회의'에서는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아시아 경제의 앞날 등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 회의가 서울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조언=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 경쟁국들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토니 탄 켄 얌 싱가포르 부총리는 "중국의 성장에 맞서 한국과 싱가포르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시급하다"며 "삼성이나 SK 같은 한국 기업들이 이미 싱가포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만큼 FTA 체결은 양국 경제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타이베이(臺北)시장은 "한국과 대만은 정보기술(IT)분야,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부문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 시장은 "양국의 궁극적 경쟁 대상이 중국이라는 점이 일치한다"며 "한국은 이미 중국시장에 진입했고, 대만은 중국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하다는 서로의 강점을 협력을 통해 잘 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노동시장에 대한 충고도 나왔다. 싱가포르 탄 부총리는 "싱가포르 정부는 중국의 저임금 노동력에 대항해 노동자들에게 직업훈련을 시키고 있다"며 "노동자들이 실직해도 다른 곳에 취직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 주기 때문에 노동시장이 유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문제에 대해 정부-기업-노조가 긴밀히 협조해야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힘이 된다"고 밝혔다.

◇아시아 경제의 미래=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일본 금융.경제재정담당상은 "일본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현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아시아 경제는 개혁과 성장 사이의 선순환을 반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말했다. 다케나카 금융.경제재정담당상은 "중국은 생산기지일 뿐 아니라 아시아의 중요한 소비시장"이라며 "경기과열의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중국의 인구와 도시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잠재성은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아시아의 공동발전을 위해 역내 FTA 체결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외환위기 같은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금융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 등 아시아 안보=빌 리처드슨 미 뉴멕시코주 주지사는 "한.미 양국은 상호 이해를 넓혀야 한다"며 "미국은 한국의 안보에 대한 우려를 감안해 주한미군 감축을 스스로 늦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말로 예정돼 있는 6자회담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이번에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미 대선 때문에 북핵에 관한 한 최소 1년 안에는 모멘텀이 마련되기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민주당원인 리처드슨 주지사는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북핵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케리 후보가 부시 대통령보다 북.미 양자 회담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동안 이뤄놓은 6자회담의 틀을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해 "긴 안목에서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나하나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욕심대로 다하면 현재 진행 중인 교류도 중단될 우려가 있다"며 "이산가족 상봉 등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부터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WEF란=저명한 기업인과 경제학자.저널리스트.정치인 등이 모여 세계 경제에 대해 토론하는 국제 민간회의로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다. 1971년 설립됐다. 81년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연례 회의를 해와 일명 '다보스회의'라고도 한다. '미래의 세계 지도자 100인'과 '세계 경쟁력 보고서' 등을 발간하고 있다.

이번 원탁회의에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머빈 데이비스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 그룹 최고경영자, 윌리엄 스타브로폴로스 다우 케미컬 회장 등 21개국 180명의 주요 정.재계 인사가 참석했다.

최지영.홍주연 기자<choiji@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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