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대입내신 - 찬성(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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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헌법재판소는 최근 상대평가로 산정하는 고교 내신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럼에도 특수목적고와 비평준화 지역의 선발고 학부모들은 학교간 학력차를 무시하는 상대평가제를 폐지하고 비교내신을 적용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 당국은 비교내신 적용은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저해한다는 입장이다. 양쪽 주장을 들어본다. 편집자

입학전형방법과 관련한 특수목적고등학교및 비평준화지역 일부 선발고교 학부모들의 시위 보도를 접하면서 우리가 안고 있는 교육문제의 실상을 보는 것같아 착잡한 심정이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비평준화지역 선발고교와 특수목적고는 우수집단이기 때문에 내신에서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수능시험 성적에 의해 내신성적을 산출하는 소위 비교내신의 확대 적용이 바람직한 것인가.

내신제도는 교과 수업은 물론 기타 특별활동등 학생이 재학중 얼마나 충실하게 학교생활을 했는가 하는 것을 대학진학시 반영하게 해 고교 수업정상화에 기여하고, 한편으로는 학생들의 전인 (全人) 적 발달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비교내신 적용 주장은 현행 내신제도의 이러한 본래적 기능을 폐지하고, 단지 교과성적에 의한 줄세우기로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비교내신제도의 확대 적용은 결국 학교생활기록부의 폐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저해하고, 평준화제도의 근간을 흐트러뜨릴 것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전국단위의 내신평가시험 실시는 교과성적 이외의 적성.인성 발달상황은 반영할 수 없으며, 내신 평가시험을 위한 학생의 학습부담만 가중시키고 새로운 내신과외를 유발시킬 것이므로 비현실적이다.

또한 이들이 주장하는 대로 학생들이 대입전형의 내신반영에 있어 수능성적이나 고교내신성적중 유리한 것을 선택하도록 한다면 수능대비반 운영등 파행적 교육과정 운영을 초래할 것이다.

더구나 수능성적이 높은 경우 결국 대입전형시 수능성적만 이중으로 반영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평준화지역 일반계 고교에 비해 비평준화지역 선발고교의 유리한 점도 아울러 인식돼야 한다.

선발고교 학생들의 경우 비교적 교육여건이 좋은 환경,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로 이루어진 학습 분위기등 평준화 고교들과 비교할때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입학당시부터 내신성적의 상대적 불리함을 감수하는 대신 능력이 같거나 우수한 집단에서 학습효과를 높여 수능성적 또는 대학별 고사 성적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 본인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해 입학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이 입학전형에 있어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비교내신 적용까지 주장하는 것은 이중의 혜택을 요구하는 것으로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현재 특목고 2학년 학생들은 비교내신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알고 선택한 이상 결과도 자기 책임하에 수용할 줄 아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

물론 특목고의 설립취지등을 고려해 이들 학교의 정상적 운영방안이 강구돼야겠지만 그 방법이 입시에 있어서의 비교내신 적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특목고등의 비교내신 적용여부와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는 앞으로 특차전형과 특기자 전형의 활성화등 대학별로 다양한 선발 방법이 정착되면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또한 대학에서 학교생활기록부를 활용한 다양한 학생선발이 가능하도록 현재와 같이 학교생활기록부에 의한 내신반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입시정책은 고등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와 입학전형의 대학 자율화라는 두 가지 축을 근간으로 해야하며 특정 집단의 유.불리함 때문에 기본 취지가 흐려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김철연 서울신림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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