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나라, 한국은 독일처럼 편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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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5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경기장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0km 추적 경기에서 시모네 하우스발트(앞)가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의 응원을 받으며 언덕을 오르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시모네 하우스발트(30). 어머니가 한국인인 한국계 독일인이다.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고 있는 바이애슬론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하우스발트는 14일 바이애슬론 여자 스프린트(7.5㎞) 경기에서 21분21초의 기록으로 골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키와 사격이 결합된 이 경기가 열리는 동안 어머니 계순 덴킹어(59·한국 이름 유계순)씨와 아버지 루돌프 덴킹어(59)씨는 각각 태극기와 독일 국기를 흔들며 딸에게 힘을 실어줬다. 시모네의 이름이 부모와 다른 것은 지난해 결혼하면서 남편의 성(하우스발트)을 따랐기 때문. 1974년 간호사로 독일에 건너갔던 어머니 유계순씨는 당시 환자였던 덴킹어씨를 만나 결혼했다. 하우스발트는 “한국에서 경기를 하면 마치 독일에서 뛰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관중이 내가 한국계라는 사실을 알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어머니의 나라에서 딴 메달이라 더욱 특별하다. 어머니 역시 무척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하우스발트는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 대회 이전에도 외가 친척이 있는 서울과 전주·익산 등을 여러 차례 방문해 한국 문화를 익혔다. 유치원을 다닐 때까지 한국말을 곧잘 했지만 지금은 거의 하지 못한다.

하우스발트는 “한국은 내게 매우 특별한 느낌을 준다. 한국 음식 가운데엔 오징어포가 가장 맛있더라. 사람들도 무척 친절하다”며 활짝 웃었다.

7세 때 스키를 시작한 하우스발트는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활약하다 12세가 되던 91년 바이애슬론에 입문했다. 98년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주니어바이애슬론선수권에서 2관왕에 오르며 독일 대표팀에 발탁됐다. 하우스발트는 지난해 12월 오스트리아 호크필젠에서 열린 바이애슬론월드컵 여자스프린트에선 1위에 오르며 세계 정상급 선수로서 입지를 굳혔다. 내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이 유력하다.

한편 하우스발트는 15일 열린 여자 추적(10㎞) 경기에선 35분37초8의 기록으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 12위에 그쳤다. 헬레나 존슨(스웨덴)이 34분12초3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평창=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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