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에 돈이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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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사모(私募)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소액 투자자들이 주로 가입하는 공모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사모펀드란 소수의 거액 투자자들로부터 사적으로 자금을 모은 뒤 주식이나 채권 투자는 물론 중소기업 인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불리는 펀드를 말한다.

◇늘어나는 사모펀드=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현재 사모펀드의 설정 잔액은 총 64조6450억원으로 보름 만에 90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 1월 말과 비교하면 2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처럼 사모펀드에 돈이 몰리는 것은 증시와 부동산 시장의 동시 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거액 자금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사모펀드는 운용에 대한 규제가 별로 없어 시장 상황에 따라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공모펀드는 금융감독 당국의 까다로운 감독과 공시규제를 받는 데 비해 사모펀드는 각종 공시나 약관승인의 절차가 필요 없고 투자자들끼리 합의만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자유롭게 돈을 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공모펀드는 동일 종목에 신탁재산의 10% 이상을 투자할 수 없지만 사모펀드는 한 종목에 100%까지도 투자할 수 있다. 또 선물이나 옵션과 같은 파생상품 투자에도 제한이 없다.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장기 고수익 투자를 염두에 둔 '큰손'들이 잇따라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며 "펀드가 작기 때문에 기동력 있고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대수익만큼 위험도 커=최근 약세장에서 고수익의 성과를 올린 사모펀드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설정된 한국투신의 TAMS베이직사모혼합 'A-118'과 'A-119'는 최근 3개월간 9%가 넘는 수익을 냈다.

한화투신의 한화드림사모주식 R1.R2와 푸르덴셜자산운용의 '프라임사모주식3'도 3개월 수익률이 4%를 넘었다.

이에 비해 공모펀드의 경우 100억원 이상의 성장형(주식 편입 비율 70% 초과)펀드 가운데 최근 3개월간 가장 좋은 성과를 낸 펀드의 수익률은 -5.12%였다.

비교적 운용규모가 작은 투자자문회사에서는 '대박'을 터뜨리기도 한다. 지난해 7월 운용을 시작한 리앤킴투자자문의 'LEE&KIM 사모혼합형1호'는 11일 현재 42.81%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리앤킴투자자문 김영수 사장은 "크로바하이텍.소디프신소재 등 실적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7~10개 종목에 집중 투자했다"면서 "고객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모펀드시장의 규모는 5년 안에 10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보통 1억원 이상의 자금을 굴리는 소수의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제로인 최상길 이사는 "특정종목에 공격적인 투자를 한 결과 펀드 간의 수익률 편차가 매우 크다"며 "최근 공모펀드들이 하락장에 적응하면서 차츰 수익률을 회복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평균 수익률은 비슷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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