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대선 주식시장 '이란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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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돈벌이가 될만한 유망 주식종목에 투자가가 몰리듯 유망한 후보에겐 유권자가 몰리게 마련. '대선주식시장' 은 주식시장의 이같은 원리를 선거에 접목시킨 일종의 수익률게임이다.

돈이 걸린 투자인 만큼 일반여론조사보다 유권자의 속마음을 더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 고안됐다.

시장원리로 선거결과를 예측해 보자는 것이다.

또한 유권자들은 저마다 특정후보에게만 '한표' 를 던질 수 있지만 선거주식시장의 투자자들은 당선가능성이 높은 여러 후보 주식에 분산투자가 가능하다.

지난 88년 이후 세차례 미국 대선에 '선거주식시장' 이 도입돼 당선자는 물론 후보별 득표율까지 정확히 짚어낸 것도 이러한 시장원리가 정치영역에까지 신통력을 발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아이디어를 처음 국내에 도입한 한국경제연구원 한경동 (韓暻東) 박사는 "이윤동기가 개입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자신이 맹목적 정견 (政見)에 따르기보다 언론보도나 주변여론을 봐가며 객관적으로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의 주식을 더 많이 사게 되고 그만큼 해당후보의 주가는 올라가게 된다" 고 설명했다.

이것도 컴퓨터의 발달로 가능해진 것이다.

자기 집이나 사무실에 앉아 인터넷을 통해 마음대로 주식 (대선후보) 을 사고 팔고 하는 것이다.

◇ 선거시장 어떻게 운영되나 = 주식시장과 다른 규칙 몇가지가 있다.

우선 특정후보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높이려는 '정치적 기관투자가' 또는 '정치적 작전세력' 을 차단하기 위해 투자자를 선별적으로 사전에 확정한다.

참가자의 투자한도는 1인당 5만원인데 사행성 시비를 막기 위해 실제 돈이 아니라 '사이버 머니' 다.

대신 우수투자자에겐 푸짐한 상품이 제공된다.

주식을 배정받을 때 모든 후보의 주식이 1주씩 포함된 주식묶음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대선후보가 이회창.김대중.김종필씨 셋 뿐이라면 1주씩 3주가 '1묶음' 이 된다.

후보별 유통주식수가 같아야만 상대적인 종목별 주가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 1묶음의 값은 1천원이다.

투자한도가 5만원이니까 1인당 50묶음, 1백50주를 가지고 투자하게 된다.

◇ 수익률 어떻게 계산되나 = 낙선자 주식도 득표율에 따라 일종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는 '득표율시장' 의 형태를 띤다.

가령 현금 1만원을 들여 10묶음 (30주) 을 배정받은 투자자가 거래결과 A종목 20주, B종목 10주를 갖고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실제 투표함을 열어봤더니 A.B.C후보가 각각 50, 30, 2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면 이 투자자 보유주식의 가치는 ' (20주×1천원×50%) + (10주×1천원×30%) =1만3천원' 으로 배당금 3천원을 얻게 된다.

다만 A.B종목을 너무 비쌀 때 샀다면 3천원 배당을 상쇄하고 오히려 손해볼 수도 있다.

요컨대 5만원의 종잣돈을 불려 수익을 내려면 당선자 또는 득표율이 높은 후보의 주식을 되도록 값쌀 때 사들이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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