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차이나 차분한 한달…겉으론 큰 변화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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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홍콩이 중국으로 이양된지 한달 - .

중국으로의 반환으로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던 홍콩 주민들은 한달이 지난 지금 생활에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경제는 반환 이전보다 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증권시장도 이렇다할 동요가 눈에 띄지 않는다.

미국.일본.영국등 주요국들도 홍콩 진출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바뀌었다 하면 관공서나 주요 건물에 오성기와 홍콩특별행정구 (SAR) 의 깃발이 바뀌어 걸리고 경찰배지나 우표, 그리고 요트클럽등의 이름에서 영국 왕실을 나타내는 '로열' 이란 문자가 빠진 정도다.

이는 물론 '50년 불변' '고도자치' 등의 보장을 약속한 중국 당국이 홍콩에 대해 조심스런 태도를 견지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겉으로의 변화가 없어 보인다고 홍콩특구 정부가 출범 한달동안 손발을 놓고 있었다는 것은 아니다.

한달동안 특구 정부가 주력한 일은 홍콩특구의 자체정비와 중국의 홍콩내 조직개편으로 그동안 내놓은 굵직굵직한 정책들이 적지 않다.

영국이라는 '헌 정부' 가 쓰던 도구들을 버리고 홍콩특별행정구라는 '새 정부' 에 걸맞은 통치원칙.제도등을 마련한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홍콩 - 대만을 잇는 대화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일. 우선 민감한 대만문제부터 입장을 정리함으로써 잡음과 혼란을 사전에 막아보겠다는 계산에서다.

지난 3일 첫 출근한 둥젠화 (董建華) 행정장관은 공식 발표를 통해 "홍콩측은 행정장관 특별고문인 예궈화 (葉國華)가, 대만측은 중화여행사 사장인 정안궈 (鄭安國)가 앞으로 홍콩.대만문제를 협의, 처리할 것" 이라고 말해 대 (對) 대만관계를 마무리지었다.

그동안 적법성 시비에 휘말려온 임시입법회의 해체 시점과 새 입법회 구성방식을 확정한 것도 중요한 변화로 꼽을 만하다.

새 입법원 선거는 98년 5월24일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이제 행정.입법.사법의 삼륜 (三輪) 이 어느정도 틀을 갖추게 된 것이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특정인에 대한 비난도 물론 가능하다.

이같은 특구 자체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중국의 홍콩내 조직 재정비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홍콩 인수를 위해 지난해 1월 구성했던 준비위원회 (PC)가 지난 11일 베이징 (北京)에서 공식 해체됐다.

그러나 홍콩내 중국조직이 보여준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인사에서 시작됐다.

홍콩내 3대 중국기구의 수장들이 한달새 모두 바뀌었기 때문이다.

중.영 연락소조의 중국대표에는 외교부 관리인 왕궤이성 (王桂生) 이, 국무원 직속홍콩.마카오판공실은 루핑 (魯平) 이 물러나고 교무판공실 주임인 랴오훼이 (廖暉)가, 신화사홍콩분사 새 사장엔 외교부 부부장 장언주 (姜恩柱)가 각각 임명됐다.

이같은 중국의 조직개편은 董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사전포석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즉 주권이양 전부터 董의 머리 위에 군림했던 저우난 (周南) 신화사홍콩분사 사장과 魯주임등 껄끄러운 옛 사람들을 모두 갈아치워 董에게 '새 술은 새 부대' 에 담는 정책을 마음껏 펼쳐보라는 중국의 배려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홍콩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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