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MB 집권 1년간 243회 대남 비방 … 대통령 거명 2390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한 언론은 지난해 2월 25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2일까지 1년 동안 대남 비방 보도를 지난해 190회, 올해 53회 등 총 243회 내보냈다. 본지가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당기관지), 민주조선(내각 기관지)을 분석한 결과다.

지난 정부에서도 한나라당 비난에 주력했던 북한은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2007년 10월 말부터 지난해 3월까지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후보에 대한 언급을 중단했었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MB정부와 잘 지내 보려는 북한의 의도”라고 분석했다. MB 정부 출범 후에도 한동안 조용했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말 북한 언론의 대남 포화가 재개됐다. 3월 26일 김태영 합참의장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적(북한군)이 핵(무기)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확인해 타격하는 것”이라 답한 것이 기화가 됐다. 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의 “핵 문제 타결 없이는 우리가 개성공단을 확대시키기 어렵다”고 말한 것도 빌미가 됐다.

비난은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 조문 파동 직후 북한은 대통령을 ‘천치’ ‘바보’ ‘멍텅구리’등 거친 표현을 사용하다가 정상회담 이후 상당히 예우해 왔다”고 말했다.

북한은 1994년 조문 파동 시 “미국·일본의 정상들까지도 김일성 주석의 서거에 애도의 뜻을 표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때에 정상회담의 상대방이고 동족인 김영삼만이 조포하고 경망스럽게 행동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김대중 정권 초기 미국 방문을 놓고 “국민정부를 자처하는 새 정권이 미제(美帝)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며 비난하다 정상회담 이후 논조를 바꿨다.

실제로 북한은 정상회담 직후 ‘괴뢰 통치배’는 ‘김대중 대통령’으로, ‘남조선 괴뢰 국방부’는 ‘남조선 국방부’ 등으로 호칭을 바꿨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해 4월 1일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 비난을 재개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남조선 당국이 반북대결로 얻을 것은 파멸뿐이다”란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라 표현한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도당’ ‘반역자’ ‘호전광’ 등 비속어를 사용하며 비난의 수위를 높여 왔다. 지난 1년간 대통령을 거명한 횟수만 2390회(2008년 592회)에 이른다. “ 남북적십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하라”는 대통령 지시를 “살인자가 조상(조문)한다(민주조선 2월 3일)”고 비꼬고, 경제 살리기 노력을 “양 대가리 걸어 놓고 말고기 판다”(민주조선 1월 24일)고 조롱했으며, 촛불 정국에 “미친 소고기에 미친 실용정부”(민주조선 5월 7일)라 표현하는 등 비방 전선을 남북관계에 국한하지 않았다.

외교안보 수장 모두가 비난의 표적이 됐다. 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의 남북대화 제의엔 “철면피한 수작”으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는 "집권자의 점수를 따려고 물덤벙술덤벙”, 이상희 국방부 장관에겐 “물인지 불인지 모르고 헤덤비는 특등 호전분자” 등 원색적 비난을 가했다. 특히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악질적인 반공화국 대결 광신자, 친미 사대매국노”로 폄하했다.

비난의 화살은 정치인들에게도 향했다. 대북 삐라 살포를 ‘애국충정’이라 표현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에게 “애국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추물”(민주조선 12월 16일)이라 했다.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한 부분에선 “초보적인 상식도 없는 알짜 정치 무식쟁이”(민주조선 11월 16일)라고도 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북한 언론의 포화를 맞았다. 지난해 11월 말 이 총재가 “남북관계가 바닥까지 가야 새로운 관계가 가능하다”고 하자 “붙는 불에 키질하는 정치송장”(노동신문, 12월 4일)으로 맞받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대남 비방은 상대방 내정을 간섭하지 않기로 한 남북합의 위반”이라며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북한의 대남 비방은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