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군 안동범·김영임부부 목포소방서에 땅 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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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저 세상에 가져갈 수도 없는 돈을 죽을 때까지 혼자 움켜쥐고 썩힐 필요가 있습니까. 서로 나눠 쓰면 여러 사람이 좋고 우리도 복을 받겠죠. " 전남무안군해제면신정리 안동범 (安東範.52).김영임 (金永任.51) 씨 부부는 해제소방파출소 건립이 다음달부터 시작된다는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들이 땅 3백50평을 1억여원에 사 목포소방서에 희사한 이웃사랑의 싹이 트고 있기 때문이다.

2백여평 크기의 저온창고를 갖고 채소.과일매매를 하는 安씨 부부가 고향 해제면에 거금을 쓴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90년에는 당시 가격 7천여만원이었던 1백여평의 땅을 무안군에 기증, 낡은 보건지소를 이전.신축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양간리 노인 2백여명이 이용하는 노인당도 83년에 땅을 사준 뒤 92년에 건물 (지상2층, 연건평 80평) 을 지어주는등 1억5천여만원을 들인 이들의 작품이다.

양매리 동부노인당도 91년 이들이 1천여만원으로 사준 논 7백여평에서 거두는 수확으로 운영되고 있다.

만풍리 진목부락의 정자건립과 진입로 확장에 4천여만원을 내놓기도 하는등 이들의 이웃사랑은 열 손가락으로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날씨가 추워지면 9개 읍.면의 노인당들에 기름값을 대주는 정성도 거르지 않고 있다.

이런 安씨부부지만 자신들의 생활은 검소하기 짝이 없다.

돈이 쓰고도 남아돌아 선심을 써온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들은 두 아들과 함께 단칸방에서 살다 지난해말에야 25평짜리 주택으로 이사했다.

꽁초를 주워 피웠을 만큼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못하는 安씨는 지금도 2백원짜리 담배 '솔' 을 피우고 있다.

부인 金씨는 양말의 뒤꿈치가 해지면 발등으로 오게 돌려 신고 어쩌다 2만~3만원짜리 옷을 사 입으면 친구들로부터 '해가 서쪽서 뜨겠다' 고 놀림을 받는다.

이웃 이언례 (李言禮.48.여) 씨는 "자신들은 지독하리만치 절약하고 살면서 남들을 위한 일에는 큰 돈을 많이 쓰자 멋모르는 사람이 북한서 돈을 가져다 쓰는 간첩이 아니냐고 신고한 적도 있다" 고 귀뜸했다.

安씨는 "적덕 (積德) 한 덕분인지 두 아들이 조선대의대.서울대법대에 들어가는 등 모두 잘 됐다" 며 "내년부터는 무안읍에 땅을 조금씩 사 모으기 시작해 장차 장애인.노인복지회관을 지을 계획" 이라고 밝혔다.

무안 =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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