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학상 수상작에 대한 논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문학상 수상작을 놓고 본지를 통해 두가지 중요한 논쟁이 한차례씩 일었다.

현대시동인상 수상시를 둘러싼 표절혐의 논쟁 (6월17.24일, 7월1일 42면) 과 오늘의 작가상 수상 장편소설에 대한 작품 수준과 상업성에 대한 논쟁 (7월8일 42면) 이 그것. 문단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며 진행된 이번 논쟁은 그동안 칭찬 일변도의 평론, 몰개성적인 창작 풍토에 반성적 계기를 마련하며 문예지 지면으로 심화.확산돼가고 있다.

지난 5월 발표한 제3회 현대시동인상 수상작인 이대흠씨의 시 '봄은' 에 대하여 중진시인 오세영씨가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오씨는 '봄은' 이 자신의 시 '서울은 불바다 2' 와 " '봄은 일종의 자연의 전쟁' 이라는 상상력내지 발상에서부터 시적 소재를 거쳐 결말 부분이 똑 같다" 고 밝혔다.

이같은 표절 의혹 제기에 대해 이대흠씨는 "오씨의 그 시는 읽은 적도 없다" 고 밝혔다.

한편 이 상의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인 중진시인 정진규씨는 오씨에 대한 반론에서 "봄날의 생명적 역동성을 두고 '전쟁' 으로 비유하는 것은 보편적 발상이기 때문에 어느 한 시인의 독창적 전유물이 될수 없다" 며 표절로 볼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오씨는 "설사 보편적 상상력이라해도 소재나 표현이 같으면 표절로 볼수 밖에 없다" 는 요지의 반론을 폈다.

이같은 논쟁을 지켜본 문학평론가 김재홍씨는 "표절은 그 정도에 따라 문자 그대로 남의 작품을 그대로 도둑질 하듯 베낀 '표절' , 배경이나 인물등을 그럴듯하게 바꾸고 몇몇 표현만 바꾼 '번안' , 흉내내 자기 것으로 만든 '모작' , 원본의 작품에 크게 감명.힌트만 받아 자기 것을 만든 '힌트' 등 네 단계가 있다" 고 밝혔다.

김씨는 "습작 단계에서는 힌트.모작.번안까지도 해볼 수 있으나 문학상 수상작 정도면 그러한 혐의에서는 완전히 벗어나야 된다" 고 밝혔다.

한편 지난 5월 민음사에서 출간된 제21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김호경씨의 장편 '낯선 천국' 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온 곳은 '현대문학' . '현대문학' 7월호는 중견문인 6명의 공동서평란 '죽비소리' 를 통해 "습작 수준도 안되는 작품" 이라 비판했다.

이에 덧붙여 "수상이라는 화제성 계기를 통해 근사한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출판사의 이벤트 마인드가 앞장 섰다" 며 질적 수준보다 상업성을 선정 기준의 우위에 놓는 일부 문학상 풍토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이에 대해 심사를 맡았던 작가 하일지씨가 본지에 즉각 반론을 보내왔다.

"서사 조직 또는 사건과 심리의 짜임이 시종여일 작가에 의해 장악되어야 한다고 믿는 평자들의 새로운 소설을 읽어내는 독해력에 문제가 있다" 고 되레 평자의 수준에 의혹을 나타냈다.

이같은 반론에 공동서평자들은 "수준 미달의 작품을 논쟁의 대상으로 올려 화제를 불러 책을 많이 팔리게 하고 싶지않다" 고 밝혔다.

대신 곧 나올 '현대문학' 8월호를 통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오늘의 작가상을 주관하고 있는 민음사 측은 "이 상은 참신한 신인 발굴을 위한 것으로 상업성과는 거리가 멀다" 며 특히 지난 21년간 유능한 시인.소설가를 발굴해낸 이 상에 상업성의 불똥이 튄데에 분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민음사에서 펴내는 '세계의 문학' 가을호를 통해 수상작을 면밀히 살피며 좀더 진지한 논쟁의 장을 열 예정이다.

이경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