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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부활한 권진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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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조각가 권진규(1922∼73)의 회고전이 올 10월 일본 도쿄 국립근대미술관에서 열린다. 일본 및 아시아 근대미술 연구로 인정받는 이 미술관에서 한국 예술가가 개인전을 여는 것은 처음이다. 전시는 일본 최고의 사립 미술 명문인 무사시노(武藏野) 미술대학이 개교 80주년을 맞아 이 학교 출신의 대표 작가로 권진규를 꼽으면서 성사됐다. 무사시노 미대 교수들은 일본 미술계의 스타들을 제치고 한국 조각가를 선택했다.

권진규는 테라코타(구운 점토)와 건칠(乾漆) 등 전통 기법에 바탕을 둔 작품으로 한국적 사실주의를 확립하고자 했다. 중등 미술 교과서에 실린 ‘지원의 얼굴’(사진)로 일반에게도 친숙하다. 그러나 귀국 후 미술계에서 소외돼 빈곤과 고독에 시달리다가 51세에 서울 동선동 작업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드로잉이나 자료를 제외한 조각품만 200여 점 출품되는 이번 전시는 1988년 서울 순화동 호암갤러리에서 열린 15주기 회고전, 2003년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30주기 회고전 이래 최대 규모다. 조각 20여 점을 포함한 미공개작 60여 점도 나온다. 석 달간의 도쿄 국립근대미술관 전시가 끝나는 12월, 권진규 회고전은 서울 덕수궁미술관으로 이어진다. 생전에 일본에서는 촉망받았으나 고국에선 외면당한 이 비운의 천재가 사후 36년 만에 금의환향한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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