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뭄바이 테러에 자국 연루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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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파키스탄이 지난해 11월 발생한 인도 뭄바이 테러에 대해 자국 연관성을 시인했다고 1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파키스탄의 레만 말리크 내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뭄바이 테러가 부분적으로 파키스탄 영토에서 계획됐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뭄바이 테러 이후 내놓은 첫 공식입장에서 파키스탄 측이 테러와 자국 연관성을 밝힌 것이다. 지금까지 파키스탄 정부는 뭄바이 테러가 파키스탄과 무관하며 테러 모의도 파키스탄 영토 외부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해왔다.

말리크 장관은 “뭄바이 테러의 배후로 추정되는 용의자 6명을 조사한 결과 테러범들이 인도에 잠입하기 전 은신했던 거처와 이용했던 어선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용의자 2명이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 그는 또 “테러범들이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송금된 자금으로 테러를 기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말리크 장관은 이어 “우리는 이미 뭄바이 테러와 관련해 인도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파키스탄 역시 테러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측이 테러 모의 장소로 자국의 연관성을 인정함에 따라 군사 대치까지 치달았던 긴장 관계가 해빙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고 주요 외신은 전했다.

지난달 인도 정부가 테러 지령을 내린 파키스탄 배후 세력의 명단과 통화 감청 내용 등을 증거로 파키스탄 정부에 이들의 신병을 넘기라는 그간의 입장을 철회한 것이 전환점이 됐다. 이에 따라 인도·파키스탄 갈등으로 외교 시험대에 올랐던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부담을 덜게 됐다. 인도·파키스탄 문제가 꼬이면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이고 있는 대테러전이 큰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 장관은 취임 이후 갈등 중재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정용환 기자

◆뭄바이 테러=지난해 11월 26일 인도의 ‘경제 수도’ 뭄바이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 서구인들이 즐겨 찾는 고급 호텔들과 병원·영화관·기차역 등 10여 곳이 동시에 공격을 받았다. 외국인 6명 등 173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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