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실로 다가온 ‘차이나 리스크’ 적극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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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미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고통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발 위기까지 가세할 조짐이다. 한국의 제1 교역 대상국인 중국의 불황이 깊어지면서 그 파장이 우리나라에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 전체 교역의 20%를 차지한다. 중국의 불황이 심화할수록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이 급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의 올 1월 대외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43.1% 감소했다. 1993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수치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중국의 수출이 급감하고 있고 수입은 더 크게 줄어들고 있다. 중국은 수출입 모두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중국의 대외 교역이 이처럼 추락함에 따라 불황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경제 불안이 가시화하면서 1월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46.4%나 급감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수출액도 전년 대비 29.1%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한국과 중국 간의 1월 교역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2% 줄었다. 우려했던 차이나 리스크가 이미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한국의 중국 상대 비즈니스는 크게 세 가지다. 중국에 대한 직접 수출과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한 뒤 이곳을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하는 방식, 중국 내수시장에 참여하는 길 등이다. 이 중 한국이 원·부자재를 생산해 중국에 수출한 뒤 임가공 과정을 거쳐 미국 등 제3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이 주류다. 그에 비해 내수는 무시해도 될 정도로 미미하다. 따라서 중국의 대외 교역량이 줄어들면 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구조적으로 더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 돼 있다.

차이나 리스크를 피하는 길은 임가공을 위한 원·부자재 수출이 주축을 이루는 대중국 경제 협력의 틀을 바꾸는 것이다. 그 핵심은 기술력을 높여 중국이 필요로 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의 중간재를 생산하는 일이다. 일반 소비상품의 중국 내수시장도 적극 개척해야 한다. 특히 중국 정부는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로 내수시장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지난 1월 바이제이닷컴이라는 쇼핑몰을 중국에 만들었다. 일본의 제조업체와 물류회사, 신용카드 회사들이 함께 만든 종합 쇼핑몰이다. 중국의 거대 내수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제조·물류·서비스업이 연대한 새로운 접근법이다. 우리도 핵심 기술력을 키워 산업 경쟁력을 제고함과 동시에 중국 내수시장을 적극 개척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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