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원 합격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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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수학을 공부하는 이준혁군은 "영재교육원에서 열심히 공부해 영재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흔히 영재를 ‘머리가 좋은 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짜 영재는 창의적인 문제 해결능력을 가진 아이를 일컫는다. 지난 1월, 서울시 남부 교육청 영재 교육원 수학영재에 합격한 이준혁(12·동구로초6)군을 만났다.

이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영재교육원 시험을 봤다.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영재교육원 시험을 봤는데 합격했어요. 저와 비슷한 학생들을 만나 매우 기뻤지요.” 사실 이군은 초등 저학년 때까지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학교 친구들은 ‘리만의 가설’, ‘골드버그의 추측’등 어렵고 생소한 이야기만 하는 이군을 잘난 척 한다며 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원 친구들은 달랐다. 대화가 통하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자 이군은 경쟁의식도 생겼고 공부도 더 열심히 하게 됐다.

 그러나 5학년 때는 영재교육원 시험에 탈락했다. 새로 추가된 ‘영재성 판별검사’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은것이 빌미가 됐다. “영재성 판별검사는 수학적 지식만 평가하던 학문적성검사와 달리 창의적 문항이 많아요. 예를 들어 ‘손 대지 않고 냉장고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적어라’같은 문제들이 나오죠.”

 이군은 시험에 떨어진 뒤 사고력 위주로 구성된 문제집을 닥치는 대로 풀었다. 평소 열심히 읽던 책들도 더 많이 읽었다. 수학적 상식과 연계한 건축이나 음악분야 책들은 응용력을 기르는데 효과적이었다. 어려운 수학 지식을 만화로 쉽고 재미 있고 풀이한 책들도 도움이 됐다. 전문서적을 참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결국 이군은 다시 영재교육원에 합격했다.

 이군이 합격한 데는 어머니 곽보문(42·구로동)씨의 뒷바라지를 빼놓을 수 없다. 곽씨는 이군이 두 번째시험을 준비할 때부터 하던 일까지 그만두고 로드매니저를 자처했다.
“엄마가 인터넷에서 학원이나 시험과 관련된 정보들을 모아서 정리 해주셨어요.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엄격한 관리체계를 가진 학원을 찾아 다닐 수 있었던 것도 엄마 덕분이었죠.” 곽씨는 교육정보를 모아놓은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엄마들이 말하는 알짜정보들을 부지런히 모았다. 곽씨는 “어릴 때부터 공부를 강요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며 “초등 저학년 때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아빠와 수학게임 등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알려줬다. 약사인 이군의 아버지는 수학을 좋아해 이군과 퍼즐·큐브 맞추기 등을 즐겼다. 자연스럽게 숫자와 놀다 보니 당연히 수학이 좋아졌다.

 이군은 5학년 여름에 이미 고등학교 수Ⅰ을 끝냈다. “전 수학문제를 한 번 풀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모르고 빠져들거든요. 문제가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이런 저런 방식으로 접근하다 답이 나오면 정말 뿌듯해요.” 어려운 문제를 풀고 난 뒤에도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심화 문제들을 풀면서 수학적 사고력을 키워야만 영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군은 현재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금메달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이군은 영어도 잘한다. 그는 “지식을 세계인에게 전달하고 설득하기 위해 영어실력은 필수라고 생각한다”며“초등학교 5학년 때 엄마를 따라 미국에 가서 방학 동안 라스베이거스 서머스쿨에 다녔는데 그때 영어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iBT·토셀·텝스·PELT 등 영어시험을 정기적으로 치르고 영어토론 학원에 다니면서 실력을 쌓은 끝에 iBT 80점대를 받았다.

 이군의 꿈은 과학자다. “삼각함수를 모르면 물리를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수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예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노벨 과학상을 받는 훌륭한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프리미엄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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