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지대] 외국인 강사 모여사는 마포구대흥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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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전망좋은 방에서 동료들과 자주 어울릴 수 있어서 좋아요. 골목을 지날 때면 음료수를 권하는등 이웃들도 무척 친절하구요. " 종로 파고다학원 강사인 신디 메사로스 (27.여.캐나다 밴쿠버 출신) 씨는 서울생활에 대해 묻자 "good" 을 연발하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서울마포구대흥동 이대입구 전철역 뒷편에 가면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들은 모두 외국어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강사들. '신촌 외국어강사 마을' 이 형성된 것은 10여년전. 대학생들 사이에 외국어 바람이 폭발적으로 일기 시작함과 동시에 서울시내 외국어학원들이 경쟁적으로 외국인 강사를 초빙하면서 부터다.

파고다학원등 대형학원들은 전세보증금을 전액 보조하면서 외국인강사 유치에 나섰고, 대학이 밀집해 있고 시내와 가까운 신촌지역이 최상의 마을로 급부상했다.

이와함께 야트막한 언덕지역으로 멀리 한강이 내려다보여 경관이 수려한 점이 외국인들의 맨윗층 다락방 선호경향과 맞물려 이들의 최고 보금자리로 자리잡았다.

현재 신촌에 살고있는 외국인강사는 모두 60여명. 종로 파고다학원의 경우 25명이나 이곳에 모여살고 있으며, 연대.이대.서강대등에 출강하는 강사들도 10여명에 달한다.

이디스 리차드 (25.여.미국 델라웨어 출신) 씨는 "보통 하루 6시간정도 강의가 있으며 그외의 시간에는 영화도 보고 교외 마을로 여행도 다닌다" 고 서울에서의 일상생활을 설명했다.

또 매일 오후9시쯤엔 주변 대학교정에서 동료들과 함께 조깅도 하고 주말엔 집으로 서로를 초대, 발코니등에서 자주 파티를 열곤 한다.

친하게 지내는 학원 수강생들도 주요 초청대상. 박세호 (25.대학원생) 씨는 "우리는 영어회화를 배우고 그들은 한국인 친구를 사귈 수 있어 종종 함께 모이곤 한다" 고 말했다.

이들은 대부분 자취생활을 하고 있다.

7백여만원의 전세보증금은 전액 학원에서 보조하며 사글세 (30만원 정도) 는 개인 부담. 부동산중개인 김복임 (60.여) 씨는 "외국인 강사들에게 자취방을 알선하다 보니 자연히 그들과 친해져 지금은 설익은 영어로 대화도 나누는 사이가 됐다" 며 "겨울철 보일러 수리등 이것저것 챙겨주니 모두들 '엄마' 라고 부르며 따른다" 고 즐거워 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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