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숭례문 이렇게 상했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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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화재 참사 1주년을 맞아 가림막에 가려졌던 복원공사 현장이 10일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하루 5800여 명의 시민이 숭례문을 찾았다. [김성룡 기자]


한번에 많은 이가 몰릴 것을 걱정해 문화재청이 40명씩 짝을 지어 20분 간격으로 입장시킬 정도였다.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을 기다려야 숭례문을 볼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누구 하나 짜증을 내지 않았다. 김용현(46)씨는 “숭례문을 보려고 1년도 기다렸는데 고작 몇십 분이 대수냐”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숭례문이 공개된 이날 오후 5시까지 5800여 명이 다녀갔다고 집계했다.

1년 만에 얼굴을 드러낸 숭례문은 아직 화마로 입은 상처가 아물지 않은 모습이었다. 성곽 일부는 여전히 검게 그을렸고, 목조도 검게 탄 흔적 그대로였다.

시민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도훈(29)씨는 “아직 본격적으로 복구가 시작되지 않았다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한 사람의 실수로 불에 탔지만, 결국 우리의 무관심이 부른 참사다. 복구엔 온 국민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모처럼 공개된 숭례문의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 여기저기서 사진기와 휴대전화 셔터를 눌렀다.

공개 현장에선 이따금씩 시민들끼리 옥신각신 논쟁도 붙었다. 일부 시민은 “이렇게 느려서 언제 복원하느냐” “그동안 무슨 작업을 한 거냐”며 정부의 복원 계획을 질타했다. 이에 일부 시민은 “시간이 걸려도 제대로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맞받았다. 하지만 의견은 달랐어도 결국 숭례문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이 묻어나긴 똑같았다.

복구 현장엔 숭례문을 응원하는 메시지와 염원을 적는 행사도 있었다. 시민들은 입구에 마련된 탁자에서 펜과 종이를 들고 ‘숭례문 염원’을 적어 하얀색 칠판에 붙였다.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칠판은 사람들이 붙인 종이로 금세 알록달록 물들었다. ‘빨리 제 모습을 되찾아 이 자리에 다시 우뚝 서라.’ ‘숭례문아 그동안 아쉬웠지? 내가 너를 지켜줄게. 사랑해.’ 숭례문의 옛 모습을 기억하는 노인부터 엄마 손을 잡은 고사리 손의 아이까지 대한민국이 지키지 못한 ‘국보 1호’의 부활에 대한 염원을 한아름 적었다.

이날 행사에서 ‘완전히 복원될 때까지 국민이 힘을 합해 기도하자’고 쓴 유정숙(58·여)씨는 “불에 탈 때 내 자식을 잃은 것 같았다”며 “소중한 숭례문을 되살리기 위해 모든 사람이 애정과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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