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터치스크린폰으로 불황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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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기능이 좋다고 다가 아니다. 쓰기도 편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편한’ 터치스크린폰을 올해 전략 상품으로 삼았다. 대신 3차원(3D) 사용자환경(UI) 같은 첨단 기능을 보강하기로 했다. 올해 휴대전화 시장은 2000년대 이후 처음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 업체들은 10일 내놓은 이들 신제품으로 시장점유율을 더 높인다는 포부다. 16일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휴대전화 올림픽’이라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열린다. 여기에 이들 제품을 선보여 올해 해외 시장 기선 제압을 노린다.


◆어떤 제품들인가=삼성 ‘울트라터치’는 고급 풀터치스크린폰으로 슬라이드 형태로 열리는 별도의 키패드를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터치스크린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배려한 것이다. 다양한 진동 반응으로 호응을 얻은 기존 ‘햅틱 UI’에 3D 효과를 더한 ‘터치위즈 UI’를 탑재했다. 밝은 햇빛 아래서도 선명한 7.1㎝(2.8인치)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화면에 8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했다. 촬영 장소 정보가 자동 기록되는 ‘지오태킹’ 기능도 갖췄다. 삼성전자의 신종균 부사장은 “기능·디자인·사용자 편의 면에서 삼성 브랜드의 DNA를 집약했다”고 자부했다. 그는 이로써 올해 고가 제품 시장을 계속 주도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LG전자는 직관적인 3D UI를 탑재한 멀티미디어폰 ‘아레나’를 내놓았다. 메인 화면·메뉴 등 대부분의 기능에 3D 효과와 진동 기능을 넣은 새로운 ‘S클래스 UI’를 적용했다. 애플 아이폰처럼 ‘멀티터치’ 기능이 있어 사진이나 웹페이지를 볼 때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키웠다 줄였다 할 수 있다. 8기가바이트(GB) 내장 메모리에 500만 화소 카메라와 GPS 기능을 갖췄다. LG전자의 안승권 사장은 “풀터치폰을 쉽고 빠르게 쓰고 싶어 하는 이들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노력했다. 앞으로 선보일 다양한 프리미엄 제품군에 S클래스 UI를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불황 속 약진=두 회사 모두 지난해 휴대전화 분야에서 선전했다. 미국 현지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 시장의 22%를 차지해 만년 1위였던 미국 모토로라(21.6%)를 제치고 처음 선두에 올랐다. 미국 진출 11년 만이다. LG전자도 20.7%를 점유해 근소한 차이로 3위에 올랐다. 두 회사를 합치면 지난해 휴대전화를 새로 장만한 미국인 10명 중 4명이 한국 제품을 선택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ABI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6.2%로 1년 만에 2.7%포인트 올랐다. 주요 업체 가운데 시장 확대 속도가 가장 빨랐다. LG전자도 점유율이 8.3%로 1.5%포인트 올라 5위에서 3위로 올랐다. 노키아는 부동의 선두였지만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꽤 줄었다. 모토로라 점유율은 절반 정도로 추락했다. ABI리서치의 크리스틴 갤런 애널리스트는 “노키아·삼성전자·LG전자가 시장을 지배했다”고 평했다.

올해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한국 제품 바람은 여전할 전망이다. IDC는 보고서에서 ‘삼성전자는 브랜드·디자인·제품력으로, LG전자는 올해 발표할 다양한 신규 모델로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SA)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빅5’ 업체 가운데 시장점유율을 높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업계 전문가 의견을 모아 보면 올해 휴대전화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5~10%가량 줄어들 듯싶지만 삼성전자와 미국 애플, 캐나다 림 같은 회사는 판매를 늘릴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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