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금융위기>5. 태국 주가폭등 시간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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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방콕의 한국음식점들은 요즘 "밥맛이 그전만 못하다" 는 단골손님들의 불평을 자주 듣는다.

전에는 한국산 쌀을 섞어 밥을 했지만 이제는 밥알이 푸석푸석한 순 태국쌀로만 밥을 짓기 때문. 바트화 폭락으로 한국쌀의 수입가가 높아졌는데도 정부가 음식값을 못 올리게 통제한데서 일어난 일이다.

바트화 폭락 이후 태국에는 인플레 조짐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통제로 아직 가격오름세가 두드러지지는 않으나 전쟁 뒤에 전염병 돌듯 언제 인플레가 창궐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타이 파이낸스&시큐리티의 비치엔 사장은 "태국의 시장규모를 감안하면 정부의 가격통제는 잘해야 한두달 반짝효과만 볼뿐 그후에는 시장상황에 따라 인플레 현상이 불가피하게 나타날 것" 이라고 말했다.

당장 수입에 의존하는 공산품부터 심상찮다.

방콕 중심가의 대형 백화점은 상반기 결산세일을 벌이고 있는데도 컴퓨터.음향기기등 수입공산품은 세일대상에서 아예 뺐다.

매장에는 군데군데 '세일품목 아님' 이라는 표지가 눈에 띈다.

전기도 인근 라오스에서 수입하고 있어 곧 값이 오르는 것이 기정사실화돼 있다.

정부도 언제까지나 전기료를 묶어둘 수는 없는 입장이다.

늘 에어컨을 켜둬야 하므로 웬만한 4인가족이라면 한달 전기료가 보통 5천~7천바트 (15만~21만원) 나 돼 가계부담이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수입가격이 오르다보니 상인들의 인심도 야박해졌다.

3년간의 방콕근무를 마치고 귀국준비중인 상사맨 S씨는 지난주 단골골프숍에서 캘러웨이 골프채 세트를 샀지만 한푼도 못 깎았다.

S씨는 "평소 늘 15~20% 싸게 해주던 가게인데도 바트화 폭락으로 어쩔 수 없다면서 값을 다 받더라" 고 투덜거렸다.

임금도 시한폭탄 같은 변수다.

방콕의 주재원들은 한결같이 "태국은 더이상 저임금국가가 아니다" 고 입을 모은다.

방콕중심가에서 외국인이 이용할만한 이발소의 커트값은 우리돈으로 1만원쯤 된다.

파출부는 한달에 최소한 6천~7천바트 (18만~21만원) 는 줘야 빼먹지 않고 나와준다.

형편이 이런데 인플레가 시작되면 임금이 가만 있을리 없다.

오재영 (吳在永) 산업은행 방콕사무소장은 "지난해 평균 12% 오른 임금이 올해 한자리수로 떨어질지 의문" 이라고 말했다.

㈜선경의 박정호 (朴廷鎬) 방콕지사장도 "방콕의 외국기업들은 요즘 한결같이 현지채용 종업원들의 임금인상을 걱정하며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인플레와 임금인상, 태국도 이제 서서히 고비용 구조가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정부기관들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6~7%로 보고 있지만 민간연구소들은 대개 10%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중앙은행 (BOT) 도 인플레에 대해서는 단단히 각오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금리가 올라 자금사정이 한결같이 현지채용 종업원들의 임금인상을 걱정하며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인플레와 임금인상, 태국도 이제 서서히 고비용 구조가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정부기관들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6~7%로 보고 있지만 민간연구소들은 대개 10%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중앙은행 (BOT) 도 인플레에 대해서는 단단히 각오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금리가 올라 자금사정이 악화된 기업들이 펑펑 나자빠지고 있는데도 BOT는 인플레를 걱정해 고금리에 손을 못대고 있다.

두앙마네 BOT총재직속실국장은 "기업들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으나 지금 금리를 내리면 인플레가 나타난다" 고 말했다.

한편 바트화 폭락에 의한 가격상승효과는 한국기업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일찌감치 태국에 진출해 공장짓고 태국기업으로부터 부품을 조달해온 일본기업들은 환율변동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본사에서 부품을 들여오거나 완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한국기업들은 애로가 많다.

가전제품의 경우 종전에는 한국산이 일본산보다 7~8% 쌌지만 바트화 절하 이후 가격차이가 없어져 일본제품과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게 됐다.

대우전자 태국현지법인 최상만 (崔相滿) 부장은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값이 일본제품과 같아지면 판매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 이라며 걱정했다.

방콕 =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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