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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디자이너 이탈리아 베르사체 미국서 피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잔니 베르사체 (50)가 15일 오전 (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자신의 별장 앞에서 피살돼 세계 패션계를 충격속에 몰아 넣고 있다.

베르사체는 72년 밀라노에서 디자이너로 입문한 뒤 78년부터 '잔니 베르사체' 라는 상표로 남녀기성복 판매를 시작한 세계 패션계의 최정상급 디자이너로 조르조 아르마니와 함께 이탈리아 패션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다.

베르사체는 이날 인근 카페에서 아침식사를 마친 후 이탈리아 신문.잡지등을 사 가지고 귀가하던 중 마이애미 사우스비치의 별장 앞 계단에서 피격당해 잭슨 미모리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베르사체의 사망소식을 전해 들은 세계 패션계는 경악에 빠졌으며 그의 고객이었던 다이애나 전 영국왕세자비,가수 엘튼 존등은 추모성명을 통해 "위대한 천재를 잃었다는 소식에 그저 망연자실할 뿐" "우리시대 가장 재능 있고 창의성 있는 예술가를 잃었다" 고 슬퍼했다.

베르사체의 주요고객으로는 이들외에 가수 마돈나, 배우 휴 그랜트.엘리자베스 헐리.데미 무어, 킴 베이신저.줄리 앤드루스, 피겨 스케이팅 스타 옥사나 바이울등이 있다.

베르사체는 이들중 특히 다이애나를 좋아해 그가 만든 핸드백 제품에 '레이디 다이' 라는 상표를 붙이기도 했다.

한편 마이애미경찰은 이번 사건이 동성연애자에 의한 치정살인극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유력한 용의자로 고급남창 (男娼) 인 앤드루 쿠나난 (27) 을 수배했다.

쿠나난은 이미 4명의 남자를 살해한 혐의로 미연방수사국 (FBI) 10대 수배자 명단에 올라 있는 인물로 동성연애자이자 상류층인사들을 주로 상대해 온 남창으로 유명하다.

베르사체는 자신이 동성연애자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다닌 대표적 유명인사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있기 전 베르사체와 쿠나난이 특별한 관계를 유지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패션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전형적인 마피아식 범행수법인 점을 들어 95년3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있었던 마우리조 구치 (패션디자이너 구초 구치의 손자) 피살사건과 유사한 살인청부업자의 소행일 가능성도 높다고 말하고 있다.

잔니 베르사체의 96년 매출액은 4억8천3백만달러 (약 4천3백억원) 며 그가 남겨 놓은 재산은 계산이 어려울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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