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불량만두 낳은 식품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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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근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증대와 함께 건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소위 이러한 웰빙시대에 '쓰레기 만두' 사건이 발생했다. 지금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다. 어느 가정주부가 젖을 떼는 과정에서 아이가 만두를 잘 먹기에 열심히 사다 먹였는데 그게 알고 보니 갖다 버려야 할 쓰레기 단무지로 만들었더라고, 이럴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리는 것을 보았다. 우리 국민 모두는 그런 불량위해식품을 만든 사람들을 극형에 처해야 한다고 흥분하고 있다.

쓰레기 만두는 최근 일이지만 구두약으로 고추씨를 물들여 팔지 않나, 불량위해식품이 활개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우리 사회가 스스로 키워온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 정부는 1994년부터 지속적으로 규제완화 및 지방이양 차원에서 식품의 인.허가, 그리고 지도.단속업무를 지방자치단체(시.군.구)에 이양해 왔다. 중앙부처가 너무나 많은 권한을 쥐고 있으면 좋지 않다는 소위 지방분권화 시대를 맞이해 그리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했을 경우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대처방안이 전혀 마련되지 못했다.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은 이양되었으나, 불량위해식품을 가려낼 기술이나 시설장비가 낙후돼 있고 무엇보다 식품안전에 대한 전문가가 태부족이었다. 아직도 지방자치단체의 식품분야 공무원이 2041명인데 이 중에 80%가 비전문가다. 식품에 관한 99.9%의 권한을 이양받은 단체장들은 자기들의 지역발전을 이유로 무분별한 식품제조 인.허가를 남발하고, 거기에다 지역연고.온정주의가 판을 치고 선거에서의 표를 생각해 솜방망이 처벌이 일쑤다. 실제로 95년 식품위해사범 단속이 172만6000건이던 것이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된 2001년에는 75만건으로 무려 100만건 정도가 감소됐다. 이러한 실정이므로 현재는 지도.단속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더 커다란 문제는 식품에 대한 행정과 법령이 무려 7개 부처로 다기화돼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식품행정업무의 부처 간 통일성.책임성.신속성이 결여되고 식품안전관리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게 돼 안전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또 동일업체에서 일반식품과 축산식품을 동시에 생산할 때는 2개 부처의 허가.관리 등으로 중복규제가 되기 때문에 식품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지도.단속업무의 비효율을 초래하기 쉽다. 이렇게 다원화된 체계로는 새로운 위험이나 소비자 안전욕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그런데 세계는 지금 식품안전 행정체계를 통합해 일원화로 가고 있다. 영국의 식품기준청(FSA), 캐나다의 식품검사청(CFIA), 호주.뉴질랜드의 식품기준청(FSANZ), 유럽연합(EU)의 유럽식품안전청이 모두 최근에 설립됐다. 일본도 2003년 7월 총리부 산하에 식품안전위원회를 설치해 농림수산성과 후생성으로 크게 나뉘어 있는 식품행정업무를 일원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개혁적 차원에서의 통합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러나 조직의 통폐합이나 감시인력의 증원 등이 불량유해식품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 이번의 쓰레기 만두 사건을 볼 때 가장 아쉬운 것은 이런 상식 이하의 위해식품을 제조하는 공장의 직원들이 내부고발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액의 포상금으로 내부고발을 유도하는 방법도 모색해볼 만하다. 그리고 불량위해 식품을 제조한 회사를 정확히 가려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양심을 속인 회사는 국민이 거부하므로 자연히 식품제조업계에서 축출될 것이다. 일본에서도 유명한 유업회사와 육가공회사가 하루아침에 파산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들은 바 있다.

이영순 식품안전포럼 대표.서울대 수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