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진정한 고통 분담은 세비 반납보다 의정 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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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증유의 경제위기로 전 사회가 고통 분담을 외치는데 유독 여의도 국회만이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 경제위기에는 아랑곳없이 국회는 지난 연말·연초, 폭력·점거의 난장판을 연출했다. 2월 국회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작아 보인다. 경제 살리기와 사회 개혁 법안이 밀려 있는데 민주당의 거부로 상임위는 겉돌고 있다. 민주당은 이른바 ‘MB악법 저지’라는 장외 투쟁도 계속하고 있다. 한때 ‘속도전’을 외쳤던 한나라당은 170석이 넘는 과반수를 가지고도 지도부의 균열과 전략 부재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여야 모두 자신들은 경제위기와 무관하니 국민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이달부터 자발적으로 세비의 10%를 반납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한다. 82명 의원 가운데 절반 정도가 참여하며 1인당 한 달에 90여 만원이 된다. 그동안 국회 안팎에선 국가 망신을 시킨 국회의 파행과 무능력을 탓하며 원성(怨聲)에 가까운 개혁론이 나왔다. 일부 정당이 의원정수를 30% 줄이자는 제안을 내놓을 정도다. 민주당의 세비 반납이 이런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자성(自省)의 표현이라면 그 충정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세비 반납은 어디까지나 편법이지 정도(正道)는 아니다. 세비는 국민이 의원들에게 생계를 해결하고 의정 활동을 열심히 해 국가 발전에 기여하라고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원들은 세비를 정상적으로 쓰면서 의정 활동에 더욱 진력해 좋은 법을 만들고 국가 예산과 부처 활동을 잘 감시하는 것이 정도다. 예산 심의·결산을 철저히 하면 의원 1명이 정부 예산 수십억원 또는 수백억원을 아낄 수 있다. 이렇게 잘하면 세비 인상하라는 여론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민주당이 진심으로 국민의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이려면 장외 투쟁을 접고 국회의 법안 심의에 성실히 참여해야 한다.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면 세비보다는 자신의 재산으로 하는 게 떳떳하다. 세비는 쓰여야 할 곳이 따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