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기술혁신의 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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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하이닉스가 회로폭 40나노급 반도체 D램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개발된 초미세 공정에서의 생산기술은 속도가 빠른 DDR3 D램 생산에 세계 최초로 적용된 것이다. 이로써 하이닉스는 최근 40나노 DDR2 D램을 처음 개발한 삼성전자와 함께 40나노급 반도체 시대를 활짝 열었다. 40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기업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뿐이다. 현재 50나노 반도체 생산공정을 상용화한 기업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뿐이다. 한국의 양대 반도체 기업이 아직도 60-70나노급 공정에 머물고 있는 외국의 반도체 업체들을 기술력으로 멀찍이 따돌린 채 죽죽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40나노 D램의 생산성은 기존 50나노에 비해 50~60%나 높다고 한다. 외국 업체가 운영 중인 60~70나노급과는 아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생산성이 높다. 초미세 생산공정 기술이야말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여기서 우리 기업들이 실력으로 세계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우리 기업들의 기술 개발 능력은 작금의 경제위기 속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높은 생산성은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적자를 보긴 했지만 연간으론 흑자 기조를 지켰고, 지난해 1조9000억원의 영업 손실을 본 하이닉스도 외국 업체에 비하면 아직은 견딜 만하다.

세계 5위의 반도체 업체인 독일의 키몬다는 지난달 파산 신청을 했고, 3위인 일본 엘피다도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끝에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도 정부의 지원 없이는 버틸 수 없는 지경으로 전락했다. 경제위기로 외국의 경쟁업체들이 속속 무너지는 와중에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이뤄낸 기술적 성취는 앞으로 경기회복기에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이다. 기술력이야말로 위기를 견디는 힘일 뿐만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마법의 지팡이인 것이다. 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선전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