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부모들이 막아 - 광명시 초.중.고교 순찰봉사대 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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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고교생들이 교문을 나서는 오후 2시쯤. 경기도광명시 각급 학교 주변과 공원.오락실.비디오방.만화방.유흥업소등 청소년 유해지역 주변. 감청색 모자를 쓰고 유사시 경찰과 연락할 수 있는 무전기와 손전등.호루라기를 든 학부모들이 등장한다.

학부모들은 오락실과 비디오방 앞에서 서성거리는 남학생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 고 충고한다.

학생들은 이내 머리를 긁적이며 발길을 집으로 돌린다.

매일 광명시내 곳곳에서 흔히 눈에 띄는 광경이다.

광명시내 34개 초.중.고교 학부모 3천여명은 지난해 10월부터 '학부모 순찰 봉사대' 를 조직, 교내외 폭력에 시달리는 자녀 보호에 나섰다.

해지기 전까지는 어머니 봉사대원들이, 어두워지면 아버지 봉사대원들이 자녀들의 안전 귀가를 돕는다.

"오토바이 폭주족이라든가 술.담배를 나누던 아이들도 '귀가하라' 고 훈계하면 대개 순순히 흩어집니다.

그래도 말을 듣지않으면 파출소로 무전 연락하고요. " 다른 어머니 서너명과 한조가 되어 학교 인근 공원이나 오락실 주변을 순찰하는 배영신 (50.하안1동) 씨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거세게 반항하는 청소년들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백윤화 (34.광명7동) 씨도 "학부모들이 귀가지도하기 시작한 이래 하릴없이 배회하는 학생들이 확실히 줄었다" 며 순찰봉사활동을 계기로 학교 교육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한결 높아지는 학부모들이 많다고 밝혔다.

학부모들 못지않게 초.중.고교생들도 바람직한 교육환경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전재희 (全在姬) 광명시장의 주도로 지난 3월 구성된 학생 모니터 자원봉사자 1천7백여명이 갖가지 의견을 제출하고 있다.

全시장은 35만여 시민중 약 30%를 차지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에는 본인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학생 모니터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全시장은 "투표권은 없더라도 어엿한 시민으로서 시정에 참여토록 해서 민주시민의 자질도 기르자는 뜻이었는데 성과가 아주 크다" 고 말했다.

全시장은 학생 모니터들의 의견을 직접 읽고 즉각 시정하고 있다.

학생 모니터들은 '마음놓고 뛰놀 곳이 없다' , '지나 다니기 불안한 지역이 있다' , '사행심을 조장하는 오락기를 철거해달라' 등 자신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청소년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매달 개최하는 '길거리 농구대회' 라든가 춤추고 노래하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어울마당' , '어린이.청소년 등반대회' , '전통놀이 마당' 을 다달이 여는 것도 학생 모니터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 결과라고 한다.

학생 모니터 요원인 K중 2년 김모 (15) 군은 "등.하교 길에 눈에 띄는 비교육적인 상행위를 적어내면 바로 단속이 실시된다" 며 "우리 세대의 의견이 그대로 반영돼 기쁘다" 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사진설명>

'우리나라 전래의 놀이를 되찾자' 는 학생 모니터 자원봉사자들의 의견에 따라 열린 전통 민속놀이 마당에서 학생들이 흥겹게 놀고 있다.

가운데 박수치는 이는 전재희 광명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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