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박정희 예찬 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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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요즘 신한국당 대통령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장에는 한국의 역사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백범 김구(金九)선생은 여러 후보가 인용하는 거인.최근에는 세종대왕이 새롭게 선보였다.

다른 인물과 달리 극적인 반전(反轉)으로 부각된 인물은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이다.김덕룡(金德龍)의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후보들이 그를 높이 찬양하거나 어느 정도 공적을 평가하고 있다.물론 후보들마다 朴전대통령을 평가하는 논리와 정도는 다르다.

여당 경선주자들의 박정희 예찬에는 현정권이 초래한 경제난국과 국민적 위기감,측근의 부패등이 두루 작용한 듯하다.동기가 어떤 것이든 결과적으로 다행스러운 일인 것같다.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朴전대통령의 특장(特長)을 인정하고 차기 리더십의 모델로 삼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높아진 시민의식으로 독재가 자리잡을 틈새는 없을 테니 강력한 지도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경제건설을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그들의 박정희 예찬은 애국심.주변단속.청렴.국가경영능력등이 불변의 덕목임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공감이 간다.

하지만 그들의 박정희 예찬은 우리사회에 검증의 과제를 던지고 있다.우선 온갖 예찬이 그들의 과거에 비춰볼 때 얼마나 진실한가 하는 문제다.그리고 “박정희같이 되겠다”는 일부의 공약이 얼마나 지켜질 것인가도 주시해야 한다.

사실 역사적으로'대통령 박정희'를 가장 먼저 부인하고 돌을 던진 사람들은 그의 시혜를 받았던 5공 핵심부였다.그런데 일부 후보는 5공에 주도적으로 몸담으면서 박정희 매도에 침묵한 적이 있다.

92년 대선당시 김영삼(金泳三)민자당후보는 경북구미시상모동에 있는 朴전대통령의 생가를 찾았다.그는 박정희기념관을 짓는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문서에 서명까지 했다.그러나 나중에 金대통령이 보인 행동은 그게 아니었다.박정희 생가 방문이 TK표를 의식한 정치쇼에 지나지 않았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기념관 건립지원은커녕 金대통령은 朴대통령이 근대화작업을 진두지휘했던 청와대 구(舊)본관을 중장비로 철거해 버렸다.일제의 총독부관저라는 이유를 댔지만,어쨌든 그 집은 朴대통령이 한여름에 에어컨도 켜지 않은 채 땀을 흘리고 수돗물을 아끼려 변기통에 벽돌을 넣은 역사의 현장이었다.주자들의 박정희 예찬은 정치인의 정직성이라는 영원한 화두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김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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