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공용어' 는 영어 - 암석마다 미국 만화주인공.요리이름 붙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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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패서디나=김수길 특파원]먼 미래에'화성 공용어'를 써야 할 때가 온다면 십중팔구 영어가 선택될지 모른다.우주개척에 가장 앞서가는 미국이 이미 화성 곳곳,화성의 암석 하나마다 매우'미국적'인 이름을 붙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저너가'바너클 빌(Barnacle Bill)'의 지질학적 성분 분석을 끝내고 두번째 임무를 위해 다가간 돌의 이름은'요기(Yogi)'다.요기는 미국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만화 주인공중 하나인'곰 요기(Yogi the Bear)'의 이름.바윗돌 생김새가 요기 곰의 등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제트추진연구소(JPL)의 과학자들이 따다 붙였다.따라서 미국 만화를 모르고서는 바윗돌 이름의 내력을 알 수 없게 돼 있다.

'수플레(Souffle)'란 이름도 있다.수플레란 달걀.치즈등으로 만드는 프랑스 요리의 일종.서양사람들이 빈대떡을 알기 어렵듯 화성 어린이들이 있다면 왜 지구인들이 바윗돌 하나를 수플레라 부르는지 여간해선 알기 어렵다.

JPL의 과학자들은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패스파인더가 사진기를 3백60도 돌려가며 찍은 사진에 나타난 수많은 암석들중 20개의 돌에 이름을 붙였다. 〈사진 참조〉 암석 하나하나를 지칭할 때마다 방위각과 고도를 일일이 명시하기가 몹시 불편하므로 편의상 붙인 '별명'이지만 이미 바너클 빌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처럼 사실상 고유명사들이 돼버렸다.바너클은 굴처럼 바위나 배 밑에 다닥다닥 달라붙는 조개다.

이번 화성탐사 프로젝트는 사실 미국의 독무대가 아니다.예컨대 암석성분을 분석하는 핵심기기인 X선 분광기(APX)는 독일의 마르크스-플랑크 화학연구소에서 만들었고 독일 과학자들에 의해 운용됐다.그러나 독일식 이름이 붙은 화성암석은 아직 하나도 없다.

<사진설명>

패스파인더의 착륙지점 부근 전방위 전경을 여러 장으로 나눠 찍은 뒤 컴퓨터로 연결해 낸 3백60도 파노라마 사진.과학자들이 명명한 20개의 암석중 18개 돌 옆에 이름을 표기한 흰색 인식표가 보인다.왼쪽부터 에그(Egg.달걀).스퀴드(Squid.오징어).침프(Chimp.침팬지).웨지(Wedge.쐐기).샤크(Shark.상어).해프돔(Half dome.반쪽 지붕).플랫톱(Flat top.항공모함).펌킨(Pumpkin.호박).리틀 플랫톱(Little Flat Top.소형항공모함).프로그(Frog.개구리).스트라이프(Stripe.줄무늬).히포(Hippo.하마).바너클 빌(Barnacle Bill.조개).카우치(Couch.소파).수플레(Souffle;프랑스요리).플래티퍼스(Platypus.오리너구리).요기(Yogi.만화영화 주인공).부부(Bubu.소매 없는 아프리카 옷).나머지 2개의 이름은 헤지호그(Hedgehog.고슴도치).캐스퍼(Casper.만화영화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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