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심의 → 본회의 통과’ 한나라 쟁점법 전략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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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원 샷’ 방식에서 단계별 처리 방식으로.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 쟁점 법안을 상임위를 거치지 않고 곧장 본회의에 직권상정해 단번에 통과시키려 했던 한나라당이 이번엔 전략을 바꿨다.

박희태 대표는 4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본회의가 열리지 않을 때는 상임위를 모두 가동해 처음부터 논의를 하고 야당 의견도 들으면서 국민에게 ‘졸속 처리를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인식을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30일에도 “톱 다운이 아니라 밑에서 올라간다는 생각으로 주도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원내대표단에 부담을 집중시키지 말고 상임위마다 각개약진에 나서 달라는 주문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법안이 제출됐는데 상정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국회의원이 할 일이 아니다”며 “종부세 개정안처럼 합의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상임위에서 논의를 시작하면 결국 합의가 된다”고 주장했다. 의석 수가 민주당(82석)의 2배가 넘는 한나라당(172석)으로선 각 상임위에서 법안 상정을 요구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상임위 처리→본회의 통과’라는 정공법이 민주당의 실력 저지에 막히더라도 직권상정의 명분을 쌓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강공책만 동원하는 것은 아니다. 홍 원내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에 대해 “표결처리하기로 약속이 됐기 때문에 민주당의 요구대로 2월은 피하고 4월에 처리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주 한나라당은 2월 임시국회 15개 쟁점법안을 발표하면서 한·미 FTA 비준안은 제외했다. 지난해 외통위의 한·미 FTA 비준안 상정 강행이 국회 파행의 도화선이 됐음을 감안해 이번엔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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