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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복지예산이 쌈짓돈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병원시설 확충을 위한 정부의 특별예산이 이를 관리하는 보건복지부 직원들에 의해 무원칙하게 집행되면서 비리의 온상이 돼왔음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융자를 받은 병원으로부터 수천만원의 사례금을 받은 복지부 간부와 직원들이 검찰에 구속됐다.또 그동안 복지부가 융자대상으로 선정한 병원중에는 자격미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문제된'의료시설 지원을 위한 재정투융자 특별회계'와'농어촌 특별세관리 특별회계'는 부족한 병상을 늘린다는 목적으로 94년 이후 도입된 것이다.융자대상 병원은 엄격한 자격기준이 정해져 있고,융자과정을 심사하는 위원회도 설치돼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한 병원당 최고 20억원까지 저리(低利)로 융자해주는 과정에서 스스로 정한 규정을 어긴채 자격이 되지 않는 병원에도 융자배정을 하는 등 난맥상을 보인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졌다.국민의 복지를 위해 쓰이는 정부예산을 쌈짓돈 쓰듯 한 것이다.

총규모가 1천6백90억원이나 되는 예산이 어떻게 이런 식으로 운영됐는지 한심하다.의문도 한두가지가 아니다.근본적인 문제는 대상선정에 투명성이 없다는 것이다.감사원 감사결과 복지부는 대상병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실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또 관련단체의 입김이 작용한듯 나눠먹기 흔적도 나타났다고 한다.어차피 써야 할 돈이고 임자도 없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정부의 복지예산이 집행된 것이다.돈받은 몇몇 직원의 처리로 끝날 일이 아니다.철저한 책임규명이 있어야 한다.

융자대상 선정이 이런 식이라면 사후관리도 엉망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일부 병원들은 거액을 융자받고도 병상을 늘리지 않는 등 돈이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정부는 수천억원의 정부융자금이 어떻게 배정되고 어떻게 쓰였는지 철저한 검증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아울러 다시는 이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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