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 분양권 증여 ‘다목적 절세 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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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부부간 아파트 분양권 공동 명의가 절세 방편으로 인기를 끌 전망이다. 양도세 등 각종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분양권 공동 명의가 제한됐다.

정부는 4월부터 전매제한 기간 중 부부간의 분양권 일부 지분 증여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4일 밝혔다. 부부 공동 명의의 부동산이 늘고 있는 사회적 추세를 감안한 것이다. 그동안은 부부간 일부 증여도 전매로 간주됐다. 입주하기 전 분양권 상태의 부부 공동 명의를 하는 데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다. 분양권을 증여받은 배우자는 취득·등록세를 낼 필요가 없다. 분양권은 부동산이 아닌 주택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여서 취득·등록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증여한 사람은 증여세를 내야 하지만 부부간에는 6억원까지 세금이 면제된다. 분양가 중 배우자에게 증여한 지분이 6억원 이하면 증여세를 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중에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는 줄어든다. 올해부터 과세 기준(6억원 초과)이 세대별 합산에서 개인별 합산으로 바뀌면서 부부 공동 명의 주택의 종부세 부담이 가볍다. 공시가격이 12억원짜리 아파트일 경우 단독 명의는 1세대 1주택 공제액 3억원을 합친 9억원을 뺀 3억원에 대해 종부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절반씩 공동명의로 돼 있으면 각각의 가격이 6억원이어서 둘 다 종부세 대상이 아니다. 양도세도 절감된다. 양도세는 양도 차익이 클수록 누진세율을 적용받는데 공동 명의는 양도 차익을 둘로 나누기 때문이다.

2년 이상 보유하고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전제에서 단독 명의로 양도차익이 1억원이면 양도세가 2000만원이다. 공동 명의면 배우자 각각의 양도 차익이 5000만원으로 양도세가 각각 650만원이다. 부부가 내는 양도세 총액은 1300만원으로 단독 명의보다 45%가량 세금을 줄일 수 있다.

공동 명의로 바꾸더라도 입주 후에 하면 분양권일 때보다 불리하다. 입주 후에는 증여된 지분에 대해 취득·등록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분양가보다 가격이 많이 올라 지분 금액이 6억원을 넘으면 증여세가 나온다. 증여받은 배우자의 보유 기간이 짧아져 양도세도 많아진다.

김종필 세무사는 “부부 공동 명의가 절세에 유리한데 기왕이면 분양권일 때 공동 명의로 하는 게 가장 낫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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