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슈포럼>예산 - 내년예산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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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5년마다 돌아오는'대선(大選)의 해'예산편성에 재정경제원 예산실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면 예산편성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정부의 긴축예산편성 이유는 분명하다.첫째,불황속에 내년 세수(稅收)전망이 크게 어두운데다 둘째,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제수지적자 축소를 위해서는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예산당국이 가장'싫어하는'대통령선거라는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재경원 관계자는“대선이 치러졌던 87년이나 92년과는 사정이 다르다. 당시는 재정에 여유가 있어 정치권 요구를 수용할 수 있었지만,올해는 나라 살림이 어려워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 정부가 올 예산을 짜면서 74조원의 세금이 걷힐 것으로 예상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70조원을 채우기도 벅찰 전망이다.4조원이상 부족한 셈이다.

다급해진 정부는 연초에 경상경비와 사업비등을 합쳐 2조원의 예산을 줄였고,나머지는 세계잉여금 7천억원과 한국통신등 공기업주식 1조2천억원어치를 매각해 메운다는 복안이다.

그래도 부족하면 추경을 편성해 올 예산을 깎아야할 형편이다.

올해는 이런 식으로 근근이 버틴다고 하지만 내년은 정말 문제다.정부는 당초 내년 예산을 올보다 9% 상승한 78조원으로 잡았다가 최근 다시 증가율을 5%이하로 대폭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5% 올릴 경우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불과 3조여원 늘어난 75조원 안팎에 그치게 된다.

정부 각 기관이 현재 내년 예산으로 요구해 놓고 있는 93조6천억원(올 예산대비 31% 증액)과는 무려 20조원 가까운 차이가 있어 진통이 불가피하다.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 예산당국은 일단'초긴축'의 강경 입장을 천명하고 나섰다.특히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그동안 성역시 돼 온 교육개혁과 농어촌구조개선사업 예산도 과감히 털어내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말이 그렇지 내년 예산증가율을 5%이내로 억제하겠다는 것은'순진한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

끗발있는 대통령이 눈 딱감고 밀어붙여도 될까말까한 일인데,지금의 국회가 과연 엄두나 낼 수 있겠는가 하는 회의가 지배적이다.

어느 정도라도 긴축의지를 실현하려면 최소한 몇가지 중요한 정치사업에 제동을 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당정이 가장 갈등을 빚을 분야는 농어촌 부문.계속사업으로 내년에 7조8천억원을 배정해야 하지만 이것부터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반면 신한국당은“농어촌 문제는 경제적으로만 볼게 아니다”며 반대하고 있다.김중위(金重緯)정책위의장은“교육.문화.주거환경등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농어촌 발전”을 강조한다.

정부는 공약이 집중되는 사회간접자본(SOC)사업에도 칼을 댄다는 입장이다.강경식(姜慶植)경제부총리는“총공사비가 크게 늘거나 사업진척이 부진한 사업은 공사기간을 다시 조정하고,신규사업은 타당성이 충분히 검증된 경우에만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한국당은 대폭 확충을 전제,신항만 건설.고속철도.신공항.남북7개축및 동서9개축 고속도로망등의 신규 착수 또는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개혁투자 축소도 불가피하다는게 정부 생각이다.姜부총리는“내년 교육투자재원이 1조2천억원 가량 부족할 것”이라며“사업별 지원규모와 시기를 조정하겠다”고 밝혀 일부 사업을 99년 이후로 연기할 뜻을 비췄다. 고현곤.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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