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시행 ‘자통법’ 이것이 궁금하다 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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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증권·선물 등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이루겠다며 정부와 업계가 3년여간 준비해 온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4일 시행된다. 업종 간 칸막이가 사라지고 금융투자회사 설립 문턱도 낮아지면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자통법과 관련한 궁금증을 시리즈로 풀어본다.

회사원 김석호(42·서울 반포동)씨가 지난해 7월 은행 창구를 통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면서 들인 시간은 15분. 이미 친구에게서 소개받은 펀드에 5000만원을 투자하기로 맘먹었기에 투자설명서를 제대로 읽지도 않고, 계좌 개설서 등 각종 서류에 형식적인 서명을 하는 것으로 가입 절차를 끝냈다. 그러나 오늘부터는 이런 식으로 가입하는 게 불가능하다. 증권·선물과 관계된 14개 법을 한데 묶은 자통법이 시행되면서 금융상품 가입 절차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데 한 시간 이상 걸릴 것이라고 하는데.

“예전보다 상담 시간이 크게 길어진다. 최소한 약 한 시간은 걸릴 것이다.”

-절차가 어떻게 바뀌었나.

“상담이 시작되면 투자자는 9가지 항목으로 된 ‘일반투자자 투자정보확인서’를 작성해야 한다. 자세한 인적사항과 투자 경험, 투자 기간,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 수준, 전체 금융자산에서 투자자금의 비중, 소득 현황, 투자 목적 등을 직접 기입해야 한다. 금융회사는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점수를 부여한다. 점수가 높은 순으로 공격투자형·적극투자형·위험중립형·안정추구형·안정형 등 5단계의 투자 성향으로 나뉜다.”

-투자 성향을 정하는 이유는 뭔가.

“고객의 투자 성향에 따라 금융회사가 판매를 권유할 수 있는 상품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금융회사는 안정형 투자자에게 원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주식형 펀드를 팔지 못한다. 고객의 투자 성향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금융상품을 팔다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안정형인 투자자는 아예 주식형 펀드에 가입할 수 없다는 얘긴가.

“그렇지 않다. ‘투자자 위험보다 위험도가 높은 금융투자상품 선택 확인서’란 서류를 작성하면 가능하다. 다만 금융회사가 사전에 투자 성향에 비해 위험이 큰 상품을 고객에게 권할 수는 없다.”

-한번 투자 성향을 체크했다면 다음 번 투자에선 이 절차를 건너뛸 수 있나.

“아니다. 투자 금액, 소득 현황 등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투자할 때마다 새로 투자정보확인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 다음 단계는 뭔가.

“투자자가 권유 상품 중 하나를 선택했다면 금융회사는 투자설명서를 교부하고, 상품에 대한 설명을 상세히 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과거와 같다. 그러나 ‘투자자 체크리스트’ 작성이 추가됐다. 금융회사의 상품 설명을 충분히 들었고, 이를 제대로 이해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다. 해외 주식펀드를 샀다면 환율 변동의 위험성, 투자 지역에 대한 경제 상황 설명, 환헤지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 들었음을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에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작성할 서류가 많아졌다는 얘긴가.

“예전에 세 가지만 작성하면 됐지만 이젠 서류가 다섯 가지로 늘어났다. 자신의 투자 성향보다 위험도가 높은 상품을 선택하면 작성할 서류는 여섯 가지로 늘어난다.”

-투자자 책임이 더 커진 것 같은데.

“그런 측면이 있다. 금융회사는 시시콜콜한 내용에 대해 고객의 확인을 받기 때문에 나중에 분쟁이 일어나면 투자자가 이길 확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귀찮다고 건성으로 확인서를 작성해선 안 된다. ” 

김준현 기자

※자통법과 관련한 독자 여러분의 문의를 받습니다. e-메일(economan@joongang.co.kr>)이나 팩스(02-751-5552)로 궁금한 내용을 보내주시면 유형별로 정리해 답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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