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 반성하는 척하다가 농담 … 사이코패스 전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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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날 수사결과 발표에서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 수사가 일단락됨에 따라 수사본부를 해체하고 네 번째 부인·장모 방화살인 의혹과 보험 사기 등 여죄는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와 일선 경찰서 전담팀에서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강에 대해 감금 혐의를 추가했다. 지난해 12월 31일 강이 생활정보지의 ‘독신자 모임’ 코너를 통해 알게 된 김모(47·여)씨를 모텔로 데려가려다 김씨가 반항하자 새벽까지 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독신자 모임 회원들이 강의 얼굴을 알고 있어 범행이 탄로날까 봐 죽이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강의 범행으로 의심됐던 2004년 화성 노모(당시 21세)씨 피살 사건은 강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강은 ‘쇼’의 명수”=강은 이날 검찰 송치에 앞서 취재진에게 “사람을 죽인 것을 후회한다”며 “유족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을 담당했던 경찰 범죄심리 분석관(프로파일러)들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반성이 아닌 연기”라고 지적했다. 경기경찰청 이상훈 범죄분석팀장(경위)은 “현장 검증이나 기자들 앞에선 뉘우치는 척하다가 뒤에선 경찰관들에게 농담을 던지곤 한다”며 “강은 ‘쇼’의 명수”라고 했다.

프로파일러들은 강을 ‘전형적인 사이코패스(psychopath·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결론지었다. 사이코패스의 감정 표현은 연기일 경우가 많고 거짓말에 능하다.

경찰은 강을 상대로 심리 검사(PCL-R)를 실시한 결과 사이코패스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범죄분석팀 공은경 경장은 “강은 희로애락 표현에 서툴고 특히 슬픈 감정은 어떻게 표현하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았다”며 “(희생자 가족에 대해) ‘내가 슬퍼해야 하는 건가’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에 대해선 “억지로 차에 태운 게 아니다. 안 탔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경기대 이수정(범죄심리학) 교수는 “지난해 국내 상습 강력범 4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5%가 사이코패스였다”며 “서구에선 사이코패스를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으로 보지만 한국에선 환경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학근 수사본부장(경기경찰청 2부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강이 ‘두 아들이 인세라도 받게 해주기 위해 범행 과정을 책으로 출판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호순의 형은 이날 연합뉴스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강의 ‘책 출판’ 발언에 대해 “자신이 죽인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고, 자기 자식만 중요하냐.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되죠”라며 흐느꼈다. 그는 피해자 가족과 국민들에게 “너무 죄스럽고 죄송하다. (살해된) 다른 사람들에게 이 죄를 어떻게 다 용서받겠느냐. (동생은) 목숨을 내놓아도 감당할 수 없는 큰 죄를 지었으니 용서조차 구하지 말라”며 동생을 대신해 거듭 사과했다. 그는 강의 범행 소식에 “어머니와 동생의 아들도 큰 충격에 빠져 있다”면서 가족에 관해서는 더 이상 언급을 피했다.


안산=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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