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병.低체온증 휴가철 최대복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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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가슴 설레는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다.

여름휴가의 낭만을 즐기며 연일 강행군을

하게 되면 심신에 무리가 따르고 생각지도 않았던 질병을 얻기도 한다.

즐거운 여름휴가를 위협하는 대표적 복병은 열사병.특히 어린이를 동반할 경우 주의해야 한다.

내과의사 장모씨(32)는 지난 여름 피서지에서 겪은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부모들의 무지가 안타깝다.뙤약볕이 내리쬐는 주차장에서 창문이 모두 닫힌 승용차 속에 탈진해 누워 있는

아기를 목격했던 것.예사일이 아님을 직감한 장씨는 가까스로 부모를 수소문해 문을 열었다.아기는 근육경련과 의식혼탁을 보이는 전형적인 열사병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곧 찬 물로 몸을 식히는 한편 곧바로 병원으로 아기를 후송,가까스로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선 승용차의 실내온도가 불과 5분만에 50도를 웃돈다.신체 수분함량이 적고

스스로 문을 열지 못하는 어린이는 잠깐 동안이라도 치명적일 수 있다. 실제 미국에선 최근 어린이 한 명이 아버지가 자리를 비운 사이 차내에 갇혀 열사병으로 사망한 바 있다.

열사병은 체온조절중추가 고열에 시달리다 못해 체온조절을 포기한 초응급상황.체온이 40도 이상 올라가는데도 오히려 땀이 나지 않는 증상을 보인다.응급처치법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체온을 식혀 주는 것이다.얼음주머니나 물수건으로 전신을 적셔주도록 한다.

저체온증은 간과하기 쉬운 또하나의

복병.여름철 선풍기 바람을 쐬며 자다

사망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흔히 질식사로 잘못 알지만 저체온증이 정확한 사망원인이다.서울대의대 법의학과 이윤성교수는“특히 술에 취한채 선풍기 맞바람을 안고 잠들게 되면 체온이 26도 이하로 내려가도 이를 감지하지 못해 사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심한 경우 여름철 대낮에도 만취후 쓰러져

비를 맞고 자다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한다는 것. 위궤양이 있는 사람은 행락지 과음을 조심해야 한다.매년 이맘때쯤 응급실마다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환자가 바로 위장출혈환자이기 때문.위궤양으로 위점막이 헐어있는 상태에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다 위장출혈을 일으키는 것이다.증상은 갑자기 식은 땀이 흐르고 맥박이 빨라지며 자장면 색깔의 대변을 보는 것.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므로 평소 속이 자주 쓰린 사람에게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가까운 곳에 병원이 없는 섬이나 오지라면 오직 예방이 최선임을 명심해야 한다. 당뇨를 오래 앓아 경구용 혈당강하제나 인슐린 주사를 맞는 환자라면 저혈당증에 대비한 준비가 필요하다.행락지에서 무리하다 보면 인체대사에 필요한 포도당이 갑자기 고갈되면서 저혈당증세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처음엔 기운이 없으면서 시력이 떨어지고 식은 땀이 나는 정도지만 심해지면 의식도 혼탁해진다.이땐 포도당을 신속히 공급해줘야 한다.따라서 당뇨환자는 평소 당분을 멀리해야 하지만 휴가여행 중이라면 느닷없이 찾아오는 저혈당증에 대비,사탕 한 두개는 지참하는 것이 좋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사진설명>

즐거워야 할 여름휴가도 건강을 바탕으로 해야 더욱 보람이 있다. 위궤양과 당뇨등 지병이 있는 사람이라면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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