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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 맞불' 아시아 영화들 뭉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영 화계에서 물밑 논의가 거듭돼온 아시아영화개발기금(AFDF)창설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본보 7월1일자 2면 보도) 아시아의 최대 영화배급망이 될 아시아영화개발기금의 창설은 한.중.일.대만을 중심으로'아시아의,아시아에 의한,아시아를 위한'영화시장을 형성해 할리우드에 대항한다는 의미를 띠고 있다.

이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주요상을 석권하는등 세계 영화시장에서 아시아의 비중이 괄목할만하게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영화가 할리우드 메이저의 빛에 가려 자국내에서도 크게 빛을 보지못하는 절박한 현실에 대한 동아시아 영화인들의 공동인식이 낳은 자구장치이기도 하다.

또 아시아 영화제작자들이 지금까지 할리우드에 직접 투자하거나 대형 배급사와의 전략적 제휴관계로 세계 영화시장에 참가했으나 현실적으로 투자만 하고 수익은 물론 아시아적 특성을 살린 작품을 못내는 등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AFDF창설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일본 소니사의 컬럼비아영화사에 대한 엄청난 투자가 결과적으로 실패로 드러나자 재정차원에서 그친 아시아의 할리우드 진출은'속빈강정'인 것으로 지적된게 대표적 예다.

한 국의 경우 지금까지 분산적으로 투자되어온 대기업자본이 막대한 적자를 보고있는 형편인데 AFDF는 컨소시엄 형태의 대자본 형성과 국내외 제작자들의 긴밀한 연결로 보다 성공적인 작품 개발과 효율적인 세계시장 진출의 길을 열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FDF한국지사에는 K사,S사등 국내10여개의 대기업자본이 개인투자 형식으로 각각 50만달러씩을 창설기금으로 내고 이를 매년 늘려가기로 했다.또 영화제작자들인 이춘연(시네2000),신철(신씨네),김형준(한맥엔터테인먼트),안동규(영화세상)씨등도 참가한다.

일본은 89년 창설된 일본영화개발기금(NDF)이 AFDF의 일본지사로 흡수합병되며 헤럴드영화사,멀티미디어 제작사인 포니캐니언,애니메이션제작사인 선라이즈사 등이 동업 영화사로 연결된다.AFDF 홍콩지사에는 골든하베스트가 초기 투자키로 합의했다.

AFDF를 통해 한국제작자들과 감독들은 현재 제작예산과 맞먹는 돈으로도 세계시장을 겨눌만한 양질의 작품들을 만드는 것을 꾀하면서 세계흥행의 직접적인 문제가 되는 배급에 있어서도 아시아 지역내의 직배망을 확보해 서로 배급판권료를 현저히 줄여 제작비 부담을 덜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AFDF 첫 작품이라 할수 있는'촙스틱 블루스'는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각광을 받은 댄 맥코맥이 연출을 맡아,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과 일본의 비지니스맨의 세계를 다루는 내용에 걸맞게 한국 최고 인기배우인 박중훈과,일본 최고 스타로 꼽히는 사나다 히로유키가 공동주연을 맡기로 해 다국적의 범아시아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범아시아 영화제작기금이 가능하게 된 것은 일본영화개발기금(NDF)이 아시아 뿐만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작들에 투자하면서 실효를 보게된 것이 주요 원인이 되었다.

일본영화개발기금은 대만계 미국감독 웨인왕의'스모크'등을 기획.제작하는 등 세계영화시장에서 인정받는 회사로 성장하였다.

또 AFDF의 미국현지법인이 될 토코넷사는 일본과 할리우드에서 각종영화의 첨단기술을 이용한 특수촬영과 후반작업에서 최근 눈부신 활약을 보이고 있다.토코넷사는 최근'터미네이터2'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합자해 SFX영상 제조사인'모션 프로세스'사를 창립,올해'배트맨과 로빈''타이타닉호'등 메이저 영화사들의 블록버스터 작품 제작에 참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토 코넷사의 이주익 대표는“명실 상부한 아시아 최고의 영화인들과 최대 자본들이 모여 아시아 국가들을 영화로 연결하는 한편 기획.제작.배급에 있어서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FDF참가국가운데 홍콩이 7월부터 중국에 반환됨에 따라 무한한 영화시장 잠재력을 가진 중국 진출에 있어서 전진기지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도 많다.더구나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패왕별희'의 첸카이거,'비정성시'의 후샤오셴,'조이럭 클럽''스모크'의 웨인왕 감독들은 일종의 큐레이터 역할을 맡아 아시아와 미국을 아우르는 영화기획과 제작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게 돼 작품성뿐만아니라 흥행성에서도 성공할 수작들을 기대해볼만 하다.

또 AFDF를 통해 선보이게 될 작품 가운데'천녀유혼'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한 쉬커 감독의'서곡괴담(西谷怪談.Asian Horror Fantasy)'과 미국 전국네트워크의 TV시리즈로 방송될 컴퓨터 애니메이션 52부작'서유기(Monkey Magic)'도 포함되어 있는 등 다채로운 영화제작을 시도하게 된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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