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진학률 53% 男과 비슷 - 통계로 본 우리나라 여성의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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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자아이로 태어날 기회는 적다.일단 태어나면 교육은 거의 남자만큼 받는다.그래도 남자와 똑같은 대접을 받지는 못한다.' 통계청이 1일 제2회 여성주간(7월1~7일)을 맞아 여성의 삶과 질을 통계로 살펴본 결과다.

고등교육을 받고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는등 긍정적인 변화도 많았다.하지만'아들 골라낳기'현상 때문에 여성들은 태어날 기회 자체를 봉쇄당하고 일자리 구하기가 여전히 힘들다.

◇말.용.범띠 해에는 여자로 태어나기 힘들다=지난 10년간 평균 여아 1백명당 남아 1백13명이 태어났다.특히 말.용.범띠 해에는 여아 출산을 더 기피하는데 영남지방이 극심하다.대구의 경우 88년 용띠해에 여아 1백명당 남아가 1백34명이나 태어났을 정도(그래프 참조).이에 따라 대구.경북의 경우 90년 말띠해에 태어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97년 남학생 1백명중 23명은 남학생끼리 짝을 지어 앉았다.

◇고등학교까진 딸.아들 구별없이 보낸다=70년 68.8%에 불과하던 여자 아이의 고교 진학률이 96년에는 99.1%로 남자(98.9%)를 앞질렀다. 96년 현재 대학(전문대.개방대.산업대 포함) 진학률은 남자가 56.6%,여자가 53.1%로 남자가 3.5%포인트 높다.그러나 전문대 진학률은 여자(19.4%)가 남자(16.8%)보다 높다.

◇여자의 취업을 원하는 남자가 늘고 있다=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75년 40.4%에서 96년엔 48.7%로 높아졌다.그래도 25~34세 연령층의 참가율은 낮다.결혼.출산.육아등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여자가 가정에 관계없이 취업하는 것이 좋겠다고 응답한 남자는 91년 1백명중 10명꼴(10.3%)이었다.그러나 95년에는 1백명중 27명꼴(26.8%)로 높아졌다.반면 가정에만 전념하길 원하는 남자 비중은 91년 25.7%에서 95년 19.6%로 줄었다.

◇직장 구하기는 여전히 어렵다=96년 현재 주당 36시간 미만 일하는 파트타임 취업자중 62.9%가 여자다.갈수록 남자들의 파트타임 근무는 줄고 있고 여자는 늘고 있다.가사와 직장일을 병행하는데 따른 것이긴 해도 온전한 직장을 찾기가 쉽지않은 탓도 있다.

95년 일반대학을 졸업한 여자중 꼭 절반만 취업했다.반면 전문대 졸업 여성은 10명중 7명(70.9%)꼴로 취업했다.

95년 여자의 평균 월급은 62만8천원으로 남자 월급 대비 59.9%에 불과했다.여성이 취업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가사및 육아부담,사회적 편견등이 꼽혔다.

◇처녀장가가 줄고 결혼경험있는 여자와 결혼하는 총각이 늘고 있다=여자의 평균초혼 연령이 86년 24.3세에서 95년 25.5세로 높아졌다.

20세이상 모든 연령층에서 결혼하지 않는 여성의 비율이 늘고 있다.75년만 해도 25세 여성 10명중 2명정도(22.5%)가 미혼이었다.그런데 95년엔 2명중 1명(52.5%)이 미혼이다.

한편 재혼 형태를 보면 70년엔 재혼하는 남자가 처녀와 결혼하는 이른바'처녀 장가'의 비중이 전체 재혼자 2명중 1명꼴이었으나 95년엔 4명중 1명꼴로 줄었다.

대신 재혼하는 여자와 총각이 결혼하는 경우는 전체 재혼자 10명중 1명꼴에서 4명중 1명꼴로 크게 늘었다.

◇오래 산 부부의 이혼이 늘고 있다=인구 1천명당 이혼 건수가 95년 1.5명으로 75년에 비해 3배로 높아졌다.95년엔 신고된 혼인수의 16.7%가 이혼 신고를 했다.또 전체 이혼자중 10년이상 동거한 부부의 이혼비율이 43.9%나 됐다.10년전에 비해 16%포인트나 높아졌다.20년이상 산 뒤에 이혼하는 경우도 9.1%나 됐다.

◇아직도 임신중절이 많다=25년전 여성들은 평균 4.5명을 낳았으나 95년엔 평균 1.7명을 낳았다.가족계획의 방법만 놓고 보면'남녀 평등'이 진전되는 추세다.94년 남자 피임 비율이 33.5%,여자 피임 비율은 52.9%였다.

인공유산율은 79년 1인당 2.9건에서 94년엔 1.4건으로 줄어들었다.그러나 아직까진 후진국 수준이다.

◇한국 남성은 세계에서 가장 가사노동을 덜 하는 편에 속한다=94년 현재 20세이상 한국 남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22분으로 세계 최저수준.직장에 다니는 남성은 고작 18분만 가사노동에 썼다.반면 영국 남성은 2시간7분 가사노동을 했다.

한편 한국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15분으로 뜻밖에도 일본.캐나다.미국.영국보다 짧았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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