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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있는요리>연세대 강사 수잔 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형님,어디 담아요?”“응,잠깐만,내가 할께.” 소리만 들으면 동서끼리 부엌에서 나누는 평범한 대화.그러나 금빛섞인 갈색머리의 서양여성이 자기 어깨높이 남짓의 아담한 한국여인에게'형님'하고 부르는 모습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수잔 황(30.서울용산구이촌2동.본명 수잔 니마이어)의 진지하기만 한 표정을 보고나면 아예 함박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 있어 큰 손윗동서 최영숙(37)씨는 엄연한'살림 선생님'이기 때문. 수잔 황이 새우감자요리로 시댁식구들에게 칭찬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최씨의 조언 덕분.미국의 친정어머니가 해주시던 기억을 되살려 긴신히 만든 요리였지만 스파게티소스와 치즈가루만 넣은 정통 이탈리아식은 아무래도 한국 어른들 입맛에 맞지 않았다.최씨는 토마토케첩과 설탕을 더 넣어 새콤달콤한 맛을 강하게 하고 치즈가루 대신 통깨를 뿌리도록 권했다.결과는 대성공.남편은 물론 시부모님도 곧잘 드시는 몇 안되는 그의 별미메뉴가 됐다.

지난 93년 미국에서 유학생 남편을 만나 결혼,서울에 온 수잔 황은 사실 지금도 밥을 지을 때 시어머님이 물 양을 직접 조절해 주어야할정도로'초보주부'.현재 연세대학교영문과 전임강사로,살림은 함께 사는 시어머니가 거의 도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막내며느리가'애기같다'며 시집살이 한번 시키지 않는 시어머니와,낯선 땅에 와서 적응하느라 고생한다고'군기 잡는'일 같은 건 생각도 않는 두 손윗동서 덕분에 오히려 살림 배울 기회는 없었던 셈.요즘엔 아기까지 가져 식구들 사랑이 더하다.

“미국에선 반제품들이 많고 오븐만 이용하면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요리들이 많았는데 한국음식은 만들기 어려운 것 같아요.방학 때도 한국말을 배우러 다니는 등 바쁘다보니 요리 배울 시간이 많지 않아요.그래서 명절 때면 음식준비는 형님들이 다 해주세요.” 손윗동서 자랑을 늘어놓는 그를 보며 최씨가 거든다.

“대신 설겆이는 도맡아 할만큼 착한걸요.”손짓과 영어,한국말이 섞인 대화지만 서로 아끼는 마음은 자연스럽게 통하고 있었다. 김정수 기자

<이탈리아식 새우감자 만드는법>

▶재료(4~5인분)=감자(中)3개,소금2찻술,물1컵,양파(大)1개,풋고추2개,붉은 고추3개,새우(中)600,스파게티소스(양파1/2개,샐러리1/2대,당근1/3개,식용유1큰술,마늘1쪽,밀가루1큰술,버터1/2큰술,토마토케첩2큰술,육수1.5컵,월계수잎1장,소금,후추 약간씩),치즈가루(파마산치즈),파슬리,버터

▶조리법=①감자는 껍질을 벗겨 1.5㎝정도의 정사각형모양으로 먹기 좋게 썰어 물에 소금을 넣고 삶은 뒤 버터에 볶아 놓는다.②양파와 풋고추,붉은 고추는 감자보다 조금 작은 크기로 썰어 버터에 각각 볶아 놓는다.③새우도 껍질을 벗기고 손질하여 버터에 볶아 놓는다.④스파게티소스를 만든다.(*표)⑤볶아놓은 야채와 새우를 ④에 넣고 좀 더 끓인다.⑥접시에 밥과 함께 보기좋게 담고 치즈가루와 다진 파슬리를 뿌려 낸다.

*스파게티소스 만들기=㉠양파,샐러리,당근,마늘은 다져 놓는다.㉡두터운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야채 순으로 볶는다.㉢후라이팬에 버터를 녹인 후 밀가루를 넣고 노르스름하게 볶은 다음 토마토케첩과 함께 볶으면서 육수를 조금씩 부어 끓인다.㉣㉢에 ㉡과 월계수잎을 넣고 끓이다가 되직해지면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다.

<사진설명>

'초보주부'수잔 황의 이탈리아식 새우감자요리는 큰 손윗동서 최영숙씨의 도움으로 시어머님 입맛에도 맞출 수 있었다. 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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