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어디 담아요?”“응,잠깐만,내가 할께.” 소리만 들으면 동서끼리 부엌에서 나누는 평범한 대화.그러나 금빛섞인 갈색머리의 서양여성이 자기 어깨높이 남짓의 아담한 한국여인에게'형님'하고 부르는 모습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수잔 황(30.서울용산구이촌2동.본명 수잔 니마이어)의 진지하기만 한 표정을 보고나면 아예 함박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 있어 큰 손윗동서 최영숙(37)씨는 엄연한'살림 선생님'이기 때문. 수잔 황이 새우감자요리로 시댁식구들에게 칭찬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최씨의 조언 덕분.미국의 친정어머니가 해주시던 기억을 되살려 긴신히 만든 요리였지만 스파게티소스와 치즈가루만 넣은 정통 이탈리아식은 아무래도 한국 어른들 입맛에 맞지 않았다.최씨는 토마토케첩과 설탕을 더 넣어 새콤달콤한 맛을 강하게 하고 치즈가루 대신 통깨를 뿌리도록 권했다.결과는 대성공.남편은 물론 시부모님도 곧잘 드시는 몇 안되는 그의 별미메뉴가 됐다.
지난 93년 미국에서 유학생 남편을 만나 결혼,서울에 온 수잔 황은 사실 지금도 밥을 지을 때 시어머님이 물 양을 직접 조절해 주어야할정도로'초보주부'.현재 연세대학교영문과 전임강사로,살림은 함께 사는 시어머니가 거의 도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막내며느리가'애기같다'며 시집살이 한번 시키지 않는 시어머니와,낯선 땅에 와서 적응하느라 고생한다고'군기 잡는'일 같은 건 생각도 않는 두 손윗동서 덕분에 오히려 살림 배울 기회는 없었던 셈.요즘엔 아기까지 가져 식구들 사랑이 더하다.
“미국에선 반제품들이 많고 오븐만 이용하면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요리들이 많았는데 한국음식은 만들기 어려운 것 같아요.방학 때도 한국말을 배우러 다니는 등 바쁘다보니 요리 배울 시간이 많지 않아요.그래서 명절 때면 음식준비는 형님들이 다 해주세요.” 손윗동서 자랑을 늘어놓는 그를 보며 최씨가 거든다.
“대신 설겆이는 도맡아 할만큼 착한걸요.”손짓과 영어,한국말이 섞인 대화지만 서로 아끼는 마음은 자연스럽게 통하고 있었다. 김정수 기자
<이탈리아식 새우감자 만드는법>이탈리아식>
▶재료(4~5인분)=감자(中)3개,소금2찻술,물1컵,양파(大)1개,풋고추2개,붉은 고추3개,새우(中)600,스파게티소스(양파1/2개,샐러리1/2대,당근1/3개,식용유1큰술,마늘1쪽,밀가루1큰술,버터1/2큰술,토마토케첩2큰술,육수1.5컵,월계수잎1장,소금,후추 약간씩),치즈가루(파마산치즈),파슬리,버터
▶조리법=①감자는 껍질을 벗겨 1.5㎝정도의 정사각형모양으로 먹기 좋게 썰어 물에 소금을 넣고 삶은 뒤 버터에 볶아 놓는다.②양파와 풋고추,붉은 고추는 감자보다 조금 작은 크기로 썰어 버터에 각각 볶아 놓는다.③새우도 껍질을 벗기고 손질하여 버터에 볶아 놓는다.④스파게티소스를 만든다.(*표)⑤볶아놓은 야채와 새우를 ④에 넣고 좀 더 끓인다.⑥접시에 밥과 함께 보기좋게 담고 치즈가루와 다진 파슬리를 뿌려 낸다.
*스파게티소스 만들기=㉠양파,샐러리,당근,마늘은 다져 놓는다.㉡두터운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야채 순으로 볶는다.㉢후라이팬에 버터를 녹인 후 밀가루를 넣고 노르스름하게 볶은 다음 토마토케첩과 함께 볶으면서 육수를 조금씩 부어 끓인다.㉣㉢에 ㉡과 월계수잎을 넣고 끓이다가 되직해지면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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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주부'수잔 황의 이탈리아식 새우감자요리는 큰 손윗동서 최영숙씨의 도움으로 시어머님 입맛에도 맞출 수 있었다. 김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