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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장마철에 생각해본 물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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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나라의 여름은 가뭄과 홍수로 점철되고 있다.

가뭄후에 홍수,홍수 다음에 가뭄이 오면 우리는 고통스런 상황에 빠진다.연중 강우량의 3분의2가 집중되는 홍수기에 우리가 받는 인명.재산 피해는 막대하며,가뭄은 에너지 고갈과 함께 농산물 피해를 막대하게 하는등 고통을 준다.

홍수.가뭄을 막는 길은 댐 건설이다.댐 건설이 자연의 길을 막기에 댐을 최소화하는 환경보전의 길이 또한 중요하다.이미 건설돼 있는 댐만으로는 우리나라의 물 관리가 어렵다.물의 수요는 2001년 연간 3백30억으로 예상되며 계획된 댐이 완공된다 해도 용수예비율은 5.5%로 하락하고 2011년에는 약 20억입방의 물 부족현상이 예상된다.심각한 미래의 물부족 사태에 대비해 영월댐과 영남내륙권에 29개의 광역상수도가 신규로 건설돼야 하며 총19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실정이다.

물의 수요에 따른 공급측 관리는 어렵다.환경적 이유만이 아니다.경제적 이유도 크다.다목적댐 개발적지의 감소와 함께 80년 대비 94년 전국 지가 평균 상승은 4.7배인데 반해 댐 건설용지 보상액은 43배가 돼 사회간접자본 확충의 어려움이 있고,물 사용권을 둘러싼 지역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수요관리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수요관리란 용수공급원을 새로이 개발하기보다 기존 용수공급원을 최적관리,수요를 억제 또는 절수해 수요를 공급에 맞춰나가는 것이다.

수요관리는 투자비용이 저렴하고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으며 수요관리를 통해 절약되는 물은 가장 확실하고 저렴한 용수공급원이 된다.

물 절약은 새로 댐을 만들 필요가 없으며,좁은 국토에서 그나마 쓸만한 땅.계곡을 골라 물로 장식시킬 필요를 없게 한다.

물 절약과 함께 누수(漏水)를 막는 일도 중요하다.우리나라 상수도관은

서울의 경우 5마다 누수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30%에 이르고

있다.누수를 저지하면 그 양이 큰 댐 하나의 물에 해당한다.우리는

지금“물을 아껴 씁시다”는 표어를 도처에서 보고 있다.그러나 바로 그

표어가 붙어있는 수도조차 꼭 잠가지지 않아 누수현상이 빚어지고

있다.상수도 관리의 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나라 1인당 물 사용량은 하루 평균 3백98ℓ로 선진국의 소득수준이

우리와 비슷했던 시기의 물 사용량과 비교해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물의 낭비에는 누수현상도 포함돼 있다.국민소득 대비 물 사용량이

영국.일본에 비교해 2.5~4.6배에 달하는 것은 우리의 물 소비에 큰 문제가

있음을 지적해주고 있다.국민 1인당 급수량이 74년 하루 1백83ℓ였으나

94년에는 3백98ℓ로 늘어나 20년만에 2.2배나 증가했으며 2011년에는 하루

4백81ℓ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물 값은 생산가의 64%에 불과하며 댐 물값은 47%에

불과하다.물값이 싼 것이 낭비를 재촉한다.우리나라 가정의 평균

상.하수도료는 7천8백원으로 소득의 0.5%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한달

물값이 커피 2잔 값밖에 되지 않는다.생산가로의 물값 상승이 물의 절약을

가능하게 한다.가격이 시장경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면서 효과적인 정책을

만든다.물 사용량을 줄이는 목적은 단순히 물부족 해결에만 있지 않다.현재의

싼 물값으로 낭비하게 되는 물은 하.폐수량을 증가시켜 하천수질을

악화시킨다.95년의 하.폐수량 중 약 68%가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하수였다.지금도 같은 양을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까지 물의 공급 확대정책은 한계에 다다랐다.물 가격을 올림으로써

우리나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댐 건설과 하수처리장 건설을

그만큼 저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그것이 물자원 경영의 이성화.합리화를

재촉할 수 있다.홍수를 막는 길은 토지이용계획을 만들어 강의 범람지역에

인명.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최연홍 서울시립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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