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윔블던테니스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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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요즘 영국에선 테니스가 주요 화제다.모든 영국인들의 관심이 런던 교외 윔블던 테니스 코트에 쏠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입장권을 사기 위해 며칠전부터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열성 팬이 있는가 하면 언론에서는 일기예보도 '윔블던 예보'를 따로 한다.

윔블던 테니스대회는 영국인들의 자부심이다.이 대회는 올해로 1백11회(햇수로는 1백20년)를 맞았다.윔블던에 있는 20개의 테니스 코트중 노른자인 센터 코트와 1번 코트는 오랜 역사를 증명이라도 하듯 담쟁이덩굴이 외벽을 뒤덮고 있다.

윔블던 테니스 코트는 반드시 잔디를 고집한다.창립이래 전통으로 다른 국제대회와 구분되는 가장 확실한 특징중 하나다.

윔블던의 잔디 관리는 엄격하기로 유명하다.잔디 종류의 선정에서부터 관리까지 철저한 룰에 따른다.관리인이 자를 들고 다니면서 일일이 길이를 재면서 잔디를 깎을 정도다.

윔블던 코트중에서 가장 명당은 1번 코트의 서쪽 스탠드 첫번째 줄이다.여기에 자리를 잡으면 오후의 눈부신 햇살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여자선수들의 늘씬한 각선미를 맘껏 즐길 수도 있다.

세번씩이나 여자단식 정상에 올랐던 크리스 에버트(미국)는 “1번 코트에서 경기할 때는 언제나 누군가 내 스커트 밑을 들여다보는 것같은 느낌을 가졌다”고 회고한다.그러나 1번 코트는 시설이 낡아 올해부터 대대적인 보수작업에 들어갔다.대신 새로운 1번 코트가 들어섰다.21세기를 바라보고 지었다는 이 초현대식 코트는 외관이 타원형을 하고 있으며 관중석이 1만1천석이나 되는 대형 코트로 '영국식 정원에서 하는 테니스'라는 윔블던의 모토에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3일 벌어진 개장식에는 윔블던 테니스대회 주최자인 켄트공을 비롯해 로드 레이버.존 뉴컴.존 매켄로.보리스 베커.피트 샘프라스.루이스 브러.마리아 부에노.마거릿 코트.빌리 진 킹.크리스 에버트.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등 역대 우승자들이 대거 등장,윔블던 테니스의 역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윔블던 테니스 코트는 93년부터 3단계 보수작업에 착수했다.200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중인 이 작업은 전체 예산이 1억2천5백만파운드(약 1천8백25억원)이나 되는 대공사다.이 예산은 장기회원 모집과 부속상가 분양등으로 충당할 계획인데 5년후부터 사용할 수 있는 1만파운드짜리 장기회원권이 이미 1천장 이상 판매되는등 큰 호응을 얻고 있어 공사비 조달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런던=정우량 특파원

<사진설명>

윔블던 테니스대회가 벌어지고 있는 윔블던 코트 전경.맨 앞에 보이는 코트가 옛 1번 코트며 그 뒤로 센터 코트,그리고 왼쪽의 타원형 코트가 올해 새로 개장한 1번 코트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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