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에 '꿈의 잔디구장'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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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인구 7만명밖에 안되는 남해군에 최근 잔디구장이 등장했다.

지난 25일 프로축구 프로스펙스컵 대우-대전의 경기가 벌어진 이 잔디구장은 장마비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 컨디션이 아주 좋았다.

브라질에 10-3으로 패배하면서 잔디구장문제가 크게 클로즈업되는 상황에서 이 잔디구장은 축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값싸고 보수가 쉬운 사계절 복합잔디가 깔린 때문이다.

경남남해군남해읍남산동 야트막한 산자락 아래 자리잡은 4천3백여평의 남해공설운동장.시원한 바닷바람에 푸른 잔디가 비단물결처럼 일렁인다.

이 구장은 지난달 31일 개장됐다.맨땅 위에 잔디를 까는데 들어간 비용은 모두 5천만원.기존 잔디이식경비의 절반이하 수준이다.또 씨를 직접 뿌리는 직파방법을 썼는데 지난해 11월초 잔디씨를 뿌린지 7개월여만에 잔디가 다 자랐다.기존의 뗏장을 옮겨 심는 방법보다 경비가 적게 들 수밖에 없다.

남해군은 지난해 7월 환경운동인'남해 그린플랜'의 일환으로 복합잔디 개발에 착수했다.당시 독일교포 지철규박사의 소개로 독일 종자생산업체인 루드롭사에 의뢰,한국 토양에 맞는 사계절 복합잔디를 개발했다.

이 복합잔디는 페스큐.라이그래스.포아등 모두 6종류의 잔디로 이뤄졌다.심는 방법도 아주 간단하다.비료 뿌리듯이 그냥 씨를 뿌리면 된다.10㎝정도 맨땅을 파서 흙을 갈아엎고 부엽토등 두엄을 5㎜정도 채운뒤 그위에 잔디씨를 파종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 잔디는 겨울에도 푸른 빛을 유지하며 발아와 생육이 빨라 보수유지가 손쉽다.또 잔디뿌리가 10㎝이상이나 땅속 깊이 뻗어있어 웬만한 훼손에도 불구하고 자생력이 강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같은 천연잔디의 개발은 오는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둔 국내 축구계에서는 귀가 번쩍 뜨일만 하다.지난 83년 인조잔디로 건설된 효창구장은 90년 보수시 천연잔디로 바꾸려고 했으나 예산이 많이 들고 유지.보수가 어렵다는 이유로 백지화됐다.

그러나 일개 지방자치단체인 남해군이 지난 4월 관내 초.중.고 10개 학교 운동장에 이같은 복합잔디를 모두 깔았다.학교당 예산도 고작 1천5백만원밖에 들지 않았다.남해군 주장대로 이 잔디가 ▶혹한과 혹서에 잘 견디고▶축구경기에도 훼손이 잘안되고▶보수가 쉽다면 축구계의 숙원인 잔디구장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남해=김상국 기자

<사진설명>

지난 25일 군단위로는 처음으로 프로축구 경기가 벌어진 남해공설운동장

전경. 남해=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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